몇 년 전 이던가. 어느 일본인은 자신의 아기 이름을 `아쿠마(惡魔)’라고 지으려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은 일이 있었다. 아빠의 고약한 작명으로 태어나자마자 악마가 될 뻔한 아기는 결국 법원이 개입해 예쁜 이름을 다시 얻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는 A에서 Z까지 모두 들어간 이름을 딸에게 지어준 아빠도 있었다. Anna Bertha Cecillia …Zeno Pepper.이름이 워낙 길어 보통때는 `알파벳 페퍼’라고 불렀다던가.
포항시가 남구 대보면을 새해부터 `호미곶면’으로 바꾸겠다고 하자 일부 주민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95년이나 된 이름을 공청회 한번 열지않고 덜렁 바꾸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항의라고 한다. 요즘 곳곳에서 지명 변경 문제가 골치거리인 모양이다. 창원·마산·진해 통합시 이름이 그 일례다. 창마진, 마창진, 진창마….
인기 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면 옛 신라시대 이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도내 어디에 혹시 있는지 궁금해진다. 세월따라, 시국따라 지명은 바뀌고 바뀐 모양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땅이름은 영국 웨일스지방에 있다. `랄란페이플그윈길고저리치위른드르불란티실리오고고고치’. 이렇게 긴 이름이 아직도 건재한지, 아니면 바뀌었는지도 궁금하다. 이름을 바꿀 때는 좋자고 바꾸는 것이거늘 포항시는 어쩌자고 주민의 뜻 한번 묻지않아 도마에 오르는지 그 속내를 모르겠다. 몇 년 전 포항공대가 불쑥 `포스텍’으로 학교이름을 바꾸겠다고 하자 “포스코 자회사 같다”며 반대한 주민들도 있었다. 하물며 모든 주민이 주인인 땅이름임에랴 .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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