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취약한 경북지역이 또 한번 재난 대비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엊그제 경북 지역 평균 적설량은 2.5㎝였다. 서울에 내린 25.8㎝의 10분의 1 쯤 된다. 그런데도 혼란과 피해는 서울에 못지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경북이 본래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곳이어서 대비에 소홀했음을 보여주고 만 꼴이다.
눈 피해는 불통(不通)으로부터 시작됐다. 서울 ~ 포항을 잇는 하늘길은 완전히 막혔고, 도내 내륙은 14곳이나 오랜 시간에 걸쳐 교통이 끊겼다. 게다가 안동, 영주, 문경, 영양 등 도내 북부지역을 비롯한 10여 개 지역이 우편물 배달이 전면 중단됐다. 포항 죽장면을 비롯한 농촌지역은 일부이나마 우편물 배달 중단으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우정사업이 많이 발전했다하나 눈 앞에선 집배원의 두 다리에만 의존하던 시절로 되돌아가고 만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 도로 불통이 화근이다.
눈이 쌓여가면서 교통사고가 꼬리를 물었다. 상주에선 결국 사망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구미 지역에선 하루 사이에 100건 넘는 견인사고가 잇따랐다. 평소엔 하루에 5~6건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업자의 말이고 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눈에 훤히 보인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당국의 상황파악과 대처 능력이다. 영천시만 하더라도 상황실은 두 눈을 아예 감아버린 상태였고, 짐을 떠맡은 건설과는 차량 1대 동원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좁은 지역 사회라 하나 차량 1대로 염화칼슘을 뿌려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맹문이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큰눈이 쏟아진데 이어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버려 얼음판이 되고 말았다. 교통 소통이 더욱 어려워질 게 뻔하다. 찻길이야 염화칼슘의 힘에 의존한다 해도 작은 길들은 자연의 힘에 맡기려 들 게 뻔해 보인다. 재난에 맞닥뜨릴 때마다 입에 오르는 말이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여름철에 홍수 피해가 나듯, 겨울철에 폭설피해는 예고된 재난과 다를 게 없다. 더구나 온난화 현상으로 자연재난은 기습하듯 일어나고 있다. 언제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지 않고는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방도는 없다.
아울러 걱정스러운 것은 농작물 피해다. 피해 상황 파악을 서둘러야 겠다. 눈 앞에 두손들어 버리고 갈피를 못잡는 행정력의 복원도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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