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론 우리나라 임진란 때 이미 동장군이란 말이 나왔다는 설도 있다. 7년간의 전쟁 동안 추운 겨울이 되면 양측이 모두 힘든 전투를 수행했겠지만, 아무래도 원정군대가 더 고통스러웠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다. 하지만 임란 때 동장군이란 단어가 만들어졌다는 근거는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야사이거나 호사가들의 짐작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 동장군이란 게 서민에게는 교전 중인 적군보다 무섭다. 올 겨울 동장군의 위세가 만만찮다. 엊그제 전국에 폭설이 내려 곳곳 도로가 얼어붙은 가운데 요 며칠 새 또 한 차례 지독한 한파가 몰아닥쳤다. 사흘 전의 소한과 함께 와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번 추위는 어제도 수은주 짧기가 기록적이었고 오늘도 그렇다. 기상청에서는 9년래 최악의 한파라고 한다. 동남권인 우리 고장도 아침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으로 떨어지기가 예사다. 그야말로 동장군 맹위다.
지난 몇 년 동안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따뜻하다며 `이상난동’을 불평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에 대해 우려들도 많이 했다. 하지만 혹한을 겪고 있는 올 겨울에 되돌아보니 호강스러운 걱정들이지 않았나 싶다. 여름이면 더위가 어떠니 짜증이 어떠니 말들을 하지만 “없는 자들한테는 겨울이 지옥”이다. 가진 게 없어서 이 겨울이 더 추운 서민들은 그저 절기 지나가고 새봄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언 몸이나 건사할 수밖에 달리 도리가 있겠는가.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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