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확정한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행정부처 이전이 백지화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가 세종시 수정안을 한나라당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에도 “반대한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이 여론은 커녕 박 전 대표조차 설득하지 못한 꼴이다.
정부측은 이미 박 전 대표에게 세종시 수정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효성, 한화, 웅진 등 대기업이 세종시에 입주하는 내용을 보고받았지만 9개 행정부처가 이전하는 원안이 아니므로 반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한나라당은 패닉에 빠졌다.
박 전 대표의 반대로 한나라당은 사실상 두 쪽 난 상태다. 친 이명박 대통령계와 박 전 대표계의 `한 지붕 두 가족’ 꼴이다. 이 대통령 직계 정두언 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 “제왕적 존재”라고 정면 공격했다. 그러나 박 전대표측 구상찬 의원은 “말이라고 하면 다냐”고 반박했다. 하루바삐 갈라서는 게 나을지도 모를 지경이다.
세종시 문제는 국가백년지계와 관련된 문제다. 9개 행정부처 등이 세종시로 이전하면 수도가 사실상 분할되는 것을 의미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충청권 표를 좀 얻겠다고 불쑥 내지른 공약이 화근이 돼 나라가 갈기갈기 찢기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투신자살했지만 남은 자들이 그가 남긴 유산으로 아수라장을 연출하고 있는 격이다.
한심한 건 청와대와 정부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세종시 수정을 반대했고, “세종시 +알파”로 한술 더 떴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박 전 대표부터 설득했어야 옳다. 특히 세종시 수정은 법개정이 따라야하기 때문에 친박계만 반대해도 국회에서 성립하기 힘들다. 뭔가 잘못이 있거나, 수정안이 미흡하다는 결론이다.
세종시 문제는 결단의 시점에 이르렀다. 충청권이 동의하지 않는 한 삼성 아니라 그 어떤 기업이 세종시에 입주해도 밀어붙이기는 어렵게 됐다. 더더구나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로서는 세종시 행정부처 이전안을 찬성했기 때문에 수정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청와대는 세종시 수정을 추진할 때부터 이 점을 참작했어야 했다.
이제 방법은 하나 뿐이다.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직접 설득하는 것이다. 만약 이럴 경우에도 설득이 안되면 두 사람은 결별을 포함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이 운명을 걸고 추진한 세종시 추진이 박 전 대표 반대로 실패한다면 진로를 같이 할 이유가 없다. 박 전 대표측도 세종시를 반대할 때에는 그런 각오가 있을 터이다. 이 대통령-박 전 대표 담판은 이런 마지막 진로 문제까지 포함해야 해답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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