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화려하고 법당 웅장하다고 신심 깊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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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화려하고 법당 웅장하다고 신심 깊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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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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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윤 환 (언론인)
 
 사랑의 교회.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교회다. 이 교회가 입방아에 올랐다. 기존 교회대신 어마 어마한 교회를 강남 금싸라기땅에 새로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랑 글로벌 미니스트리 센터’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맞은편 7533㎡(2278평)의 땅에 무려 2100억 원을 쏟아붓는 지상 12층짜리다.
 사랑의 교회는 옥한흠(71) 목사를 빼곤 성립되지 않는다. 옥 목사는 1978년 교회를 개척했다. 당시 `강남은평교회’ 였으나 81년 `사랑의 교회’로 이름을 바꾸고 서초동으로 이사했다. 옥 목사의 설교는 늘 “세상의 권위, 세상의 잘남이 아니라 나의 죄, 나의 부족함을 보라”고 했다. 그리고 설교 때마다 “내가 바로 죄인”이라고 고백했다. 교회세습이 문제된 상황에서 그는 2004년 정년을 5년이나 남기고 후임 오정현(53)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겼다. 개신교내에 개혁적 복음주의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 사랑의 교회가 가장 속된 형태인 `메가 처치` (초대형 교회)를 지향하고 나선 것이다.
 지금의 사랑의 교회가 좁은 건 사실이다. 출석 교인이 4만5000명이지만 본당 수용인원은 2000명에 불과하다. 주일에 5~6부 예배를 봐도 1만~1만2000명만 수용할 수 있다. 나머지 는 인근 부속건물에서 스크린을 통해 예배를 본다. 그렇다고 지금의 교회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초대형 교회를 지어야할까?
 옹호론자들은 “신축 건물이 크다는 것만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 건물을 짓고 난 후에 어떤 사역을 할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감싼다. 그러나 가차없는 비판이 쏟아진다. 사랑의 교회는 성전 신축을 위해 기복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신축 금액이 달성되는 주일을 `할렐루야 주일’로 정하는 등 주술적 요소까지 동원했다는 것이다. 부천예인교회 이진오 전도사는 “개혁적 복음주의를 이끌어 온 사랑의 교회가 건축을 진행하면서 비성경적, 비신학적 개념들을 사용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옥 목사는 평소 “하나님께 가까워질수록 나는 더 작아지고, 하나님에게서 멀어질수록 나는 더 커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2100억원 짜리 대형 교회가 신축되면 옥 목사는 하나님께 가까워지는지, 아니면 하나님에게서 더 멀어지는지 궁금하다.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거하시는 성전은 건축물이 아니라 성도들의 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믿는다면 교회건물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성전인 우리의 몸을 정결히 하고 성령을 받을 준비를 하자”고 했다. 크고 호화로워야만 `성전’이 아니라는 가르침이다.
 `메가 처치’ 현상은 개신교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곳곳에 솟아오르는 법당도 큰 문제다. 단적인 예로 경기도 가평 명지산 도솔천사에서는 엄청난 불사(佛事)가 벌어지고 있다. 그 곳에 세워지는 지장보살상은 높이가 120m에 폭이 50m다. 세계 최대 보살상이란다. 그 옆에는 그 보다 더 높은 높이 148m 폭 52m의 관세음보살상이 세워지고 있다. 이 역시 세계 최대다. 뿐만 아니라 경관이 좋은 지역에는 어김없이 초호화 중국음식점같은 대형 사찰이 들어선다. 부처님상이 높고 크다고 불심이 발현되고, 법당이 웅대하다고 부처님의 `보시’가 베플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호화로운 예배당과 법당을 지을 돈으로 중생을 구제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교회가 크고 법당이 웅장하다고 신도들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옥한흠 목사가 개척한 사랑의 교회 초기,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이 예배당을 채웠으나 교회가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강남 부자들이 꼬여들자 가난한 신자들이 교회를 떠났다. 그들은 위화감을 견디지 못하고 옥 목사에게 “이곳은 우리들이 머물 곳이 못되는 것 같아요”라며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옥 목사 본인이 한 얘기다. 교회가 화려해질수록 소외감을 느끼는 신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옥 목사다. 특히 성전 신축 헌금을 많이 내지 못하는 신도들 역시 위화감을 느낄지 모른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에게 그들이 46년동안 지은 호화로운 성전을 헐어 버리라고 말씀을 하셨다. 또 “하나님의 성전과 우상이 어찌 일치가 되리요. 하나님이 곧 성전”이라고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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