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 그속엔 가식없는 진실만 담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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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 그속엔 가식없는 진실만 담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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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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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等神 설춘득 선생  
"붓만 잡으면 무상의 세계로…세속 잊고 사색 즐길 수 있어"
 
"서예는 마음의 작용 형상화
마음 모아 기운으로 쓰면 글씨와 우주가 그대로 일체"

 
 
작업실 `덕산서원’에서 붓글씨를 쓰고 있는 등신(等神) 설춘득 선생.
 
 
 
 “서화(書畵), 그 속엔 가식도 거짓도 없습니다. 오직 진실만을 담을 뿐입니다.”
 은은한 묵향에 묻혀 안빈낙도만을 고집하기엔 현실은 너무 무거운지 모른다. 서예와 함께 생(生)과 숙(熟)의 과정을 되풀이하며 욕심의 껍질을 벗고 완숙의 경지에 이른 등신(等神) 설춘득(72·사진)씨는 서예에 본격 입문한 지 31년째가 되는 중년 작가이다. 자호인 등신(等神)은 자신을 낮추고 서로가 양보하는 의미에서 지었다. 어려서 부친에게 소학과 서예를 배운 것은 행·초서를 즐겨 쓸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그의 작품에는 그가 살아 온 삶과 추구하고자 하는 예술성이 깃들어 있다.
 “서화는 그리는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 냅니다. 만약 작가가 슬픈 감정으로 작품에 임하면 그림도 울게 되지요.”
 등신선생의 작품을 보노라면 5체인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를 마음껏 써버리는 일필휘지의 신들린 경지라고 해야 할까. 그의 서체는 물 흐르는 듯 일정한 서체를 유지하고, 큰 바람이 불듯 춤춘다.
 계곡물이 바위에 부딪치듯 격정이 일며 흐르다가 소(沼)를 만나면 한없는 고요가 단정하게 남는다. 작품집을 보고 있으면 대단한 경지에 올라있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보면 볼수록 끌리는 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붓만 잡으면 무상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세속을 잊고 조용한 사색을 즐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서실에서는 붓에 먹물을 듬뿍 찍어서 거침없이 글씨와 사람이 혼연일체가 돼 호방하고 힘 있는 작품이 만들어 진다. 서예는 붓의 미묘한 움직임을 이용해 글자의 점과 선을 조형적으로 구성해 가는 예술이다. 예부터 글씨는 쓰는 이의 마음을 그리는 그림이라고 했다.
 “서예는 마음의 작용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참선에서 호흡에 마음을 집중하면 내 몸과 우주의 기운이 일체가 되는 것처럼 마음을 모아 기운으로 글씨를 쓰면 글씨와 우주가 그대로 일체가 됩니다.”
 향토작가 설 화백은 1991년 한국예술문화진흥회가 주최한 대회에서 서예부분입상을 하는 등 전국대회에서 다수 입상을 한 중견작가로 서예, 동양화, 병풍에 조예가 깊다. 또한 동양철학에도 통달해 있다.
 한학과 서예를 즐기는 지우들과 담소할 수 있는 소박한 공간을 마련한 북구 용흥동 연화산 자락에 위치한 `덕산서원’은 벌써 30년이나 됐다. 산 중턱에 있는 그의 작업실은 자연속 수채화로 마치 신선들이 노니는 곳 같다. 작은 새들이 지저귀고 가을엔 귀뚜라미가 운다. 등산객들에게는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휴식처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어긋남 없이 공생해야 하며 덕을 베풀어야 합니다. 욕심내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참선을 하고, 붓글씨를 쓰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평안해집니다.”
 “붓이 참선을 하고, 참선이 붓질을 한다”는 등신선생. 참선의 기운을 모은 그의 필력에서 인생의 황금 꽃이 피어나고 있다.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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