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질 `짐승남’이 설치는 한국 TV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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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 `짐승남’이 설치는 한국 TV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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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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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연기자 노출도 모자라 남자까지 벗기는 안방극장 
 
김 헌 식
(문화평론가)

 
 드라마 `추노’에서 주요 남성 주인공들은 옷을 걸친 듯 안 걸친 듯하다. 억새가 하얗게 피는 추운 날씨에 그들은 조끼 같은 옷만 걸쳤다. 추워져도 그들이 옷을 입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복근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그들은 곧 `짐승남’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크게 오르내렸다. 이 드라마 때문에 운동기구와 보조제가 20% 이상 판매 신장률을 보였다는 기사들도 있었다.
 영화 `트와일라잇’에도 짐승남 캐릭터가 있다. 옷을 입는 듯 마는 듯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웃통을 벗고 나오는 제이콥인데, 말 그대로 따뜻하기는 하지만 짐승 냄새가 가득한 근육질의 늑대인간이다. 벨라의 마음은 이러한 짐승남이 아니라 뱀파이어 일족인 에드워드에 기운다. 에드워드는 이지적이고 부드러운 매너를 보이며, 말끔한 외모뿐만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인 성품까지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인간적인 향기와 따뜻함은 덜하다.
 겉으로 보면 드라마 `추노’는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드라마다. 드라마 `추노’에서 이상적 남성은 단순히 근육질의 짐승남이 아니라 내면적인 요소도 같이 갖추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남성성의 본질은 마치 모두 복근에 있는 듯싶다. 아직까지 남성 주인공들의 내면적인 수려함은 그렇게 부각이 되지 않고 있다.
 이 드라마는 단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추노 그러니까 노비를 잡아주고 현상금을 받을 뿐이다. 이뿐만 아니라 해학과 풍자, 그리고 풍속사를 다룬다는 명분 삼아 노골적인 성담이나 선정적인 장면을 내보냈다. 물론 이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어쨌든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앞으로 이러한 부분이 빈번하지 않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일종의 목적을 위해서는 일정한 금기를 위반하는 행동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경고를 받아도 어느 정도까지는 감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빵꾸똥꾸’와는 다른 맥락이다.
 일정한 비난은 감수하고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해 금기의 불문율을 어기는 행태는 드라마 `공부의 신’에도 등장한다. `공부의 신’은 그야말로 학벌주의와 1등 주의를 조장한다. 그들의 학습 방향은 단순히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목표만이 존재하고, 교육의 근본 목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교사 자질을 논하면서 당장 학생들의 성적만을 올리는 데 치중하는 교사상이 최고인 것처럼 부각된다.
 퀴즈 프로에서 상금 가운데 일부를 사회복지기금으로 내놓는 것을 연상하게 하듯, 수능 시험공부 방법을 각 과목별로 알려주기도 한다. 이 드라마도 공영방송에서는 학벌주의와 성적 우선주의를 내세우면 안된다는 불문율, 금기를 깨뜨리면서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다.
 대중적 인기와 기호는 무조건 정당화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항상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실에 대한 대중적 선호도 마찬가지다. 미실에 열광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개인의 욕심과 합리화의 명분을 정당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미실에 대한 선호를 무조건 옳게만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녀는 결국 자기중심적 인물로 공동체적 지향점은 없이 현실에서 자신의 욕망에만 충실했을 뿐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사회적 정신병일 수도 있겠다. 적어도 공영방송이라면 그러한 인물형이 자기 세계관과 가치관의 자기모순으로 붕괴되어야 했다. 한국 드라마들의 치명적인 모순이 여기에 있다. 한국 드라마들은 초반부에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해 도구주의를 선택한다. 즉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대중적으로 임팩트한 내용들을 전진배치하는 점이 강해졌다. 여기에서 임팩트한 내용은 학벌주의, 외모주의, 황금 만능주의, 자기 중심주의, 선정주의 등이다. `꽃보다 남자’나 `공부의 신’은 이런 면에서 일맥상통하다. 상업 방송보다도 더 심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적어도 점수를 몇 점 더 따는 것과 마찬가지로 짐승남 자체는 본질일 수가 없다. 학벌주의, 외모주의, 황금 만능주의, 자기 중심주의, 선정주의 등을 선보이고는 끝 무렵에 그러한 가치는 별로 좋지 않다는 교훈적인 말을 남기고는 종방된다. 한류의 끝자락을 보는 듯하다. 씁쓸하다. (dail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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