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피는 야생의 국화를 흔히 들국화라 부르지만, 식물도감에 나오는 이름이 아니다. 감국이거나 산국,구절초다. 김춘수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람들이 이름을 붙여주기 훨씬 전부터 꽃은 피고 지고 또 피었다.
그 들국화 가문의, 구절초의 형제 쯤 되는 `키큰산국’군락지가 최근 경남 양산 원동면 축천산 계곡 산지 습지에서 발견되었다. 키큰산국은 꽃모양이 구절초와 비슷하지만 잎 이 가늘게 갈라져 구별된다. 주로 백두산 근처에서 자라는 키큰산국은 산림청이 희귀 및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한 귀한 식물이다.
양산의 습지에서는 방울고랭이. 이삭귀이개. 자주땅귀개 같은 이름조차 생소한 습지 식물들이 함께 발견되었다. 습지는 쓸모없는 땅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경작을 하거나 집을 짓는 등의 생산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다. 그러나 갯벌의 경우에서 보듯이 습지는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소우주이며,지구별을 지탱해주는 생태 보고다. 산지 습지는 지하수나 빗물이 고여 있어 해안습지와 마찬가지로 식생이 풍부하다. 낙엽과 같은 식물의 잔해가 바닥에 쌓여 이탄층(석탄)을 형성하고,하부에 점토층이 있어 물이 잘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간단한 굴착이나 시추만으로도 손쉽게 파괴된다고 지질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환경부가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은 전국에 16개 247㎢에 달한다. 람사습지협약에 등록된 습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원시자연 늪인 경남 창녕 우포늪을 비롯해 모두 5개. 2008년 경남에서 개최되는 람사총회를 계기로 습지 보전에 대한 인식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만금 간척 사업이나 천성산 고속철 공사 때 빚어졌던 소모적 논쟁이 더이상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金鎬壽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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