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의 세계 향한 시적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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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의 세계 향한 시적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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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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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영 시집`가벼운 동행’ 70여편의 작품 수록
로제 카유아`일상성의 성스러움’과 차이 추구

 
 
 
  시집 `가벼운 동행’은 인간의 영혼을 뒤흔들고 매혹시키는 가장 아름다운 본질로서의 성의 세계에 대한 시적 탐색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가벼운 동행’ `허기진 이름들’ `가까워질수록’ `새벽 산’ `형산강 하류’ `오늘붙이’로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70여편의 작품들이 수록돼 있다.
 현대 프랑스의 걸출한 사상가 중 한명인 로제 카유아(Roger Caillois)는 그의 대표적 저서로 꼽히는 `인간과 성(聖)’제 3판 서문에서, 성의 문제에 관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 시론은 인간의 가슴을 뒤흔들고 매료시키는, 아니면 때때로 굴복시키는 모호하고도 거부할 수 없는 감동, 즉 성의 감정과 감동에 대한 본인의 거의 절대적인 관심에 의해 씌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가림 시인은 “이 같은 카유아의 말을 박대영 시인의 시작 행위에 그대로 적용한다 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왜냐하면 인간의 영혼을 뒤흔들고 매혹시키는 가장 아름다운 본질로서의 성의 세계에 대한 시적 탐색을 보여주는 박 시인의 주요 특징과 아주 밀접한 상동성이 발견되기 때문이다”고 극찬했다.
 물론 카유아가 말하는 성은 인간에게 두려움과 함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모호성을 지닌 것으로, 거기서 은총을 이끌어 낼 수도 있고 동시에 저주를 불러 올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갖는 종교적 개념을 뜻한다.
 그러기에 엄밀한 의미에서 박 시인이 추구하는 `일상성의 성스러움’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거의 아무것도 아닌 사물과 일상적 삶의 세계로부터 `거룩한 것’`신성한 것’`성스러운 것’을 이끌어내어, 거기에 어떤 승화된 신성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박 시인도 어느 정도 종교적 색채를 배면에 깔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박대영 시인은 경상북도 군위군 출생이다. 시집 `객석’으로 1999년 순수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시집 `봅을 찾아 남으로 달리지 마라’를 집필했다. 현재 한국현대시인협회, 한국시문학문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세계문학,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독특하고 분명한 색 입혀 독자들의 다양한 수요 충족
국내 소개되지 않은 작가·작품 발굴…다양성에 초점

 
 
 
 세계문학전집의 상차림이 다채로워졌다.
 민음사가 주도하던 고전문학 시장에 최근 1~2년 새 을유문화사, 펭귄클래식코리아, 문학동네 등이 잇따라 진입하며 세계문학전집 의 `춘추전국시대’를 열고 있다.
 세계문학전집 시장에 뛰어든 출판사들이 늘어나면서 독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이 중에서도 독특하면서 분명한 색을 갖고 독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시리즈들을 소개한다.
 ◇“처음 만나는 작가” 들녘 일루저니스트 시리즈 = 들녘출판사의 세계문학 시리즈 `일루저니스트 시리즈’는 2007년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의 소설 `차가운 피부’를 시작으로 출발했다.
 현재 오타비오 카펠라니의 소설 `아무도 보스를 찾지 않는다’까지 모두 13종 16권의 소설이 출간됐다. 이중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전2권)는 3만 부 이상이 팔린 인기 도서다.
 일루저니스트 시리즈는 영미권이나 유럽권에 치우쳐 있는 국내의 세계문학 시장이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국내 독자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세계 문단에서 인정받은 작가들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들녘측은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았고, 작품이 10개국 이상에 출간됐으며, 권위 있는 문학상을 3번 이상 받은 작가라는 기준을 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루저니스트 시리즈에 몇달 앞서 다른 출판사를 통해 또다른 작품이 소개된 독일 작가 다니엘 켈만을 제외하면 모든 작가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작가다.
 작가의 국적도 아르헨티나(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위험한 책’), 페루(알론소 쿠에토 `고래 여인의 속삭임’), 스웨덴(쉘 요한손 `이야기꾼’), 피지(에펠리 하우오파 `엉덩이에 입맞춤을’) 등 다양하다.
 
 ◇“고품격 숨은 명작” 대산세계문학총서 = 문학과지성사가 대산문화재단과 함께펴내고 있는 대산세계문학총서도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는 시리즈다.
 그동안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또는 너무 난해하다는 이유로 소개되지 않았던작품들을 해당 언어 전공자의 수준 높은 번역으로 출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2001년 로랜스 스턴의 소설 `트리스트럼 샌디’(전2권)를 시작으로 아리시마 다케오의 `어떤 여자’까지 모두 91권이 출간됐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국내 초역이다.
 상업성보다는 작품성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다른 세계문학전집과 달리 시와 희곡, 산문 등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 또한 대산세계문학총서의 두드러진특징 가운데 하나다.
 91권 가운데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 기욤 아폴리네르의 `알코올’ 등 모두 15권의 시집이 포함돼 좋은 반응을 얻었고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희곡 `돈 카를로스’, 당대 문장가 한유의 산문집 `한유문집’ 등도 포함됐다.
 
 ◇“단편의 향연” 창비세계문학 = 장편 위주의 세계문학 시리즈가 부담스럽다면 여러 편의 단편을 통해 최근 100년간 세계문학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창비세계문학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창비가 올해 초 선보인 `창비세계문학’은 각 언어권의 주요 걸작 단편만을 묶은단편문학전집이다.
 작가 102명의 단편 114편이 영국 `가든파티’, 미국 `필경사 바틀비’, 독일 `어느 사랑의 실험’, 스페인ㆍ라틴아메리카 `날 죽이지 말라고 말해줘!’, 프랑스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중국 `장맛비가 내리던 저녁’, 일본 `이상한 소리’, 폴란드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러시아 `무도회가 끝난 뒤’ 등 국가별 9권으로 나뉘어 묶였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찰스 디킨스 등 19세기 작가부터 도리스 레싱, 르 클레지오, 크리스토프 하인 등 동시대 생존작가까지 망라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생소한 폴란드 작가들의 단편을 비롯해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도 다수 포함됐다. 연합
 
 
詩, 흐르는 시간을 잡다

`최하림 시전집’출간…46년간 시 세계 담은 363편 수록
 
 
 올해로 등단 46년을 맞은 최하림(71) 시인의 시전집이 출간됐다.
 `최하림 시전집’(문학과지성사 펴냄)에는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온 시인의 46년간의 시적 궤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363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1976년 첫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부터 `작은 마을에서’, `겨울 깊은 물소리’,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풍경 뒤의 풍경’과 2005년 낸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까지 일곱 권의 시집에 수록된 작품은 물론 등단 전 쓴 습작시와 2005년 이후 최근까지 쓴 시들도 함께 묶였다.
 김현, 김승옥, 김치수 등과 더불어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시인은 1960~1980년대 엄혹한 현실을 지나면서 때로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응시하고, 때로는 한발 물러서 관조하며 완성도 있는 시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는 일곱 권의 시집을 통해 1980년 5월 광주에서 드러난 이 시대의 정치적 폭력과 인간성 상실을 죄의식으로 형상화하기도 했고, 자연의 생명력을 경탄하거나 죽음의 이미지를 탐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치수는 “최하림은 우리 시단을 주도해왔던 두 경향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순수와 참여의 분리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시의 완성이라는 목표에 연결시키려 했다”고 평했다.
 2002년 경기도 양평에 정착한 시인은 지난해 간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시인은 서문에서 “세상은 어느 만큼 살았으며, 세상 흐름을 얼마쯤 내다볼 줄 아는, 죽은 자들과 대면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나는 흐르는 물을 붙잡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붙잡으려고 하는 순간에 강물은(혹은 시간은) 사라져버릴 것”이라며 “그런데도 내 시들은 그런 시간을 잡으려고 꿈꾸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535쪽. 2만원.
 
 
 
 
신앙에서부터 속세로...카리스마 2000년 역사
 
`카리스마의 역사’출간…낱말의 변천사 짚어
 
 “저 사람, 카리스마가 있어.”
 오늘날 카리스마(charisma)는 정치인이나 연예인, 더 가까이는 직장 상사나 친구에 대해서도 흔히 쓰는 말이 됐다.
 그러나 `은혜’나 `호의’를 뜻하는 그리스어 카리스(charis)에서 비롯한 카리스마는 애초에 종교적인 용어였으며, 개인의 특성을 가리키는 말로 쉽게 쓰게 된 시기는 100년도 되지 않았다.
 존 포츠 호주 매커리대학교 미디어학과 교수는 `카리스마의 역사’(더숲 펴냄)에서 카리스마라는 낱말이 신앙에서 탄생해 세속적으로 쓰이게 되기까지 2000년 동안의 변천사를 짚어본다.
 카리스마라는 말에 종교적 의미를 입혀 적극적으로 사용한 인물은 사도 바울로, 그는 기원후 50~62년 편지에서 신의 은총으로 얻는 영적이고 초자연적인 능력이라는 뜻으로 이 말을 썼다.
 종교와 마법의 경계가 모호했던 초기 기독교는 사도들이 치료나 예언 등 성령이내린 능력을 갖췄다고 인정했으며, 바울은 이런 사도의 영적 능력들을 `카리스마’에포함했다.
 그러나 교회는 점점 초자연적 능력보다 성서와 교리, 주교의 권위에 기댄 체계를 잡아 나갔고 카리스마라는 말도 점점 잊히게 됐다.
 밀려났던 카리스마가 다시 생명력을 얻은 것은 막스 베버(1864∼1920)가 `카리스마적 권위’의 개념을 도입한 20세기 초로, 비범한 재능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종교적 색채는 거의 남지 않았다.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는 기존 권위에 도전하고 전통을 없애면서 혁명적이고 새로운 질서를 세워나가는 이로, 전통적이고 사회 합의적인 권위를 가진 지도자와는다르다.
 반세기가 지나면서 카리스마는 지도자적 권위나 재능보다는 정치인 개인의 매력과 자질을 가리키게 된다. 1960년대 자신감과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TV에 등장해 대중을 사로잡은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로, 대중매체는 케네디를 “카리스마 있다”고 추어올렸다.
 정치인보다 유명한 연예인이 넘치는 요즘 시대에도 별다른 재능 없이 그저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famous for being famous)’ 단순 유명인과 카리스마를 가진 유명인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하나의 상품으로서 팔리는 유명인의 명성과 달리 카리스마는 천부적으로 강력한 매력과 남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다.
 저자는 2천 년간 서로 다른 시대, 서로 다른 문화에서 카리스마의 개념이 이어진 이유도,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사람들이 여전히 카리스마에 매혹 당하는 이유도 `신비로움’ 때문이라고 요약한다.
 막스 베버는 종교가 힘을 잃은 합리성의 시대에 비합리적인 성질 때문에 카리스마에 주목했으며, 관료주의적 정치와 경영 행태가 판치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도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나 스타를 바란다.
 저자는 “카리스마는 하나의 개념으로서 이성과 신앙 사이의 공간에서 맴돌고 있다”며 사람들이 카리스마를 선망하는 이유는 그 `알 수 없는’ 성질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현주 옮김. 544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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