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이 왜 `분지적 사고’에 갇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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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이 왜 `분지적 사고’에 갇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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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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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윤 환
(언론인)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 (李重煥). 1713년(숙종 39) 증광문과에 급제, 김천도찰방·병조정랑 등을 지냈으나 영조가 즉위하자 목호룡(睦虎龍) 일파로 몰려 섬에 유배되었다가 풀려나와 30년 동안 전국을 방랑하며 `택리지(擇里志)’를 저술했다. 택리지는 조선 전역의 지형·풍토·풍속·교통 및 각 지방의 고사와 인물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서술한 책이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조선 인재(人才)의 반은 영남에서 나오고 영남 인재의 반은 선산(善山)에서 나온다’고 했다. 선산에서 인물이 많이 나오기도 했지만, 여기서 `선산’은 대구-경북을 상징하는 표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중환 선생이 지적했듯 고려~조선에 이르기까지 대구-경북에서 장상(將相)·공경(公卿) 및 선비, 공훈을 세우고 의를 지킨 지사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그래서 `인재의 부고(府庫)’다. 조선에서는 선조(宣祖) 이 전 국정을 잡은 사람 대부분이 영남인 이었고, 문묘에 종사한 4현(四賢) 또한 이곳 출신이다. 예안(禮安)의 이황(李滉), 안동 유성룡(柳成龍), 경주 이언적(李彦迪), 밀양 김종직(金宗直), 현풍 김굉필(金宏弼), 상주 정경세(鄭經世)와 이창(李蒼), 화령 노수신(盧守愼), 인동의 장현광(張顯光), 금산의 최선문(崔善門), 선산의 길재(吉再), 성주의 김우옹(金宇__)과 정구(鄭逑), 삼가(三嘉)의 조식(曺植), 안음(安陰)의 정온(鄭蘊) 등 손꼽기도 힘들다.
 바로 이런 곳 TK(대구-경북)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정국의 한가운데서 대구를 방문해 “대구가 내륙이라 불리하다는 `분지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지만,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이 지역 지지율이 저조한 현실이 `분지적 사고’ 발언의 출발이다. 세종시가 과학교육복합도시로 추진되면 대구 경북이 추진되는 태양광,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나 바이오 메디칼 산업, 교육의료산업이 결정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역 여론을 향한 반론이다.
 이 대통령은 “내가 들으니 세종시가 되니 대구·경북이 어려워진다, 손해 본다고 한다. 첨단복합단지 다 빼앗기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왜 걱정해요? 난 참 희한해. 여기 말로 하면 참 희한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라고 대구 경북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과거 10년 못다 한 실력 발휘를 해야 할 때가 왔다“며 “대구·경북시도민이 용기를 갖고 도전하면, 정부는 도와줄 준비가 돼 있다”고 대구 경북 발전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 지적대로 대구 경북이 `분지적 사고’에 젖어 있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3국을 통일한 신라 1000년 사직의 본거지이고, 이중환 선생이 택리지에 소개했듯 조선반도 인재의 반을 차지하는 영남 인재의 절반을 배출한 지역이 대구 경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야말로 `웅도’(雄道)다. 그러나 이런 대구 경북이 `정권의 요람’이라는 자부심이 퇴색한 지 오래다.
 2007년 기준 대구는 1인당 총생산에서 1200만원으로 전국 꼴찌다. 1위인 울산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가장 가난한 곳이 바로 `영남인재의 절반’을 배출한 대구라는 얘기다. 경북은 1인당 2250만원으로 전국 4위다. 충남과 전남보다 하위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좌파정권 10년 동안 대구 경북은 역차별을 당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 잘 막고 잘 살았으니...” 차별을 받아 마땅하다는 투였다. 대구·경북 주민들이 세종시 수정안에 갖는 피해의식의 원인이다.
 세종시가 들어설 충남의 1인당 총생산은 2800만원이 넘는다. 대구는 1200만원에 불과하다.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게 세종시 수정안 반대의 배경이다.
 물론 대구 경북의 세종시 수정안 반대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는 정서가 함축돼 있긴 하다. 그래도 대구 경북 주민들은 너무 오랫동안 차별당하고 불이익을 받아왔다. 따라서 대구 경북의 `분지적 사고’를 벗어나게 하는 방법은 대구 경북 주민들이 왜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지 원인을 파악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대구 경북도 “우리가 한반도의 주인공이었고 앞으로도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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