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의 이혼 재산
  • 경북도민일보
전업주부의 이혼 재산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0.0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밥순이라서 일찍 가야해요.” 일행 가운데 한 주부가  먼저 집에 돌아갈 뜻을 밝혔다. 퇴근하는 남편의 밥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다른 주부가 뒤를 이어 동조했다. “나도 부엌데기니까.”주부들이 입에 올린 `밥순이’거나 `부엌데기’거나 전업주부이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전업주부들은 `부엌걸음’을 얼마나 할까?  용례가 있다.“아내는 남편 시중을 드느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부엌걸음을 하면서도 길쌈을 하여 하루에 반 필의 베를 짜 생계를 꾸려 나갔다.”
 옛날 시골집 부엌이 떠오른다. 흙부뚜막에 걸린 밥솥,입 벌리고 있는 아궁이와 불에 타들어간 부지깽이, 한 구석에 쌓여 있는 땔감, 그리고 부엌문턱….이 부엌문턱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넘어 부엌걸음을 해야 했던 옛 어머니들의  노동량을 계량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문학평론가  이어령씨가  “ 현대의 부엌은 꼭 전기상회 같다”고  쓴 일이 있다. 온갖 가전제품으로  꽉차 있대서 한 소리일 것이다.
 부엌살림의 차이가 이런데도 해도해도  끝이 없는 게 집안 일이기는 예나제나 다를 게 없다. 끝이 없는 정도가 아니고 일한 빛도 안나는 게 집안 살림이다. 그런데도  아내,어머니, 누이,며느리들의 고달픈 가사노동은 인정받지 못했다. 인정은 커녕 고작 돌아오는 것은 불호령 뿐이었던 게 상례다. “여편네가 집 구석에서 뭐하노!”
 전업주부가 이혼하면 재산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남편들의 거부 반응이 많았지만 이제는 대체로 수긍하는 쪽이라고 한다. 10여년전엔 이혼하는 여성배우자의  재산분할 비율이 41~50%되는 일은  이혼소송의 20.6%이던 것이 이제는 60%를 차지한다는 연구논문도 있다.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 재산형성 기여도가  점차 인정받아가는  세태의 반영이다.   
 김용언/언론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