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시골집 부엌이 떠오른다. 흙부뚜막에 걸린 밥솥,입 벌리고 있는 아궁이와 불에 타들어간 부지깽이, 한 구석에 쌓여 있는 땔감, 그리고 부엌문턱….이 부엌문턱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넘어 부엌걸음을 해야 했던 옛 어머니들의 노동량을 계량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문학평론가 이어령씨가 “ 현대의 부엌은 꼭 전기상회 같다”고 쓴 일이 있다. 온갖 가전제품으로 꽉차 있대서 한 소리일 것이다.
부엌살림의 차이가 이런데도 해도해도 끝이 없는 게 집안 일이기는 예나제나 다를 게 없다. 끝이 없는 정도가 아니고 일한 빛도 안나는 게 집안 살림이다. 그런데도 아내,어머니, 누이,며느리들의 고달픈 가사노동은 인정받지 못했다. 인정은 커녕 고작 돌아오는 것은 불호령 뿐이었던 게 상례다. “여편네가 집 구석에서 뭐하노!”
전업주부가 이혼하면 재산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남편들의 거부 반응이 많았지만 이제는 대체로 수긍하는 쪽이라고 한다. 10여년전엔 이혼하는 여성배우자의 재산분할 비율이 41~50%되는 일은 이혼소송의 20.6%이던 것이 이제는 60%를 차지한다는 연구논문도 있다.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 재산형성 기여도가 점차 인정받아가는 세태의 반영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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