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란 진흙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주위환경과는 상관없이 영원하다는 따위 해석이 분분하지만 꽃 들어올린 석가의 뜻을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대범천왕문불결의경(大梵天王問佛決疑經)에 전하는 고사로, 선(禪)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전하는 사례라고 한다. 깨달음은 그저 마음이 전하고 마음이 받으면 그만인 것을! 바로 선(禪)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고사인 거다.
불교문화와 인연이 깊은 게 연꽃이다. 묘법연화경을 비롯하여 많은 불경에 직간접적으로 언급되는 꽃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신라 고려시대의 고대 불교문화 유적과 시가(詩歌) 등 문헌에 자주 나타나고 있다. 경남 고성의 연화산 옥천사를 비롯하여 연화(蓮華·花)란 지명과 사찰명도 적지 않게 보인다. 아마 시궁창 같은 진흙 속에서 해맑은 꽃잎을 피워 올리는 품이 부처의 마음과도 닮았대서 연꽃이 `불교의 꽃’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고려 때의 연꽃씨앗이 진흙 속 깊이 묻혀 있다가 700여년 만에 발견되어 꽃을 피워 올렸다는 놀라운 뉴스다. 지난해 5월 경남 함안군의 성산산성(가야읍)내 지하 4-5m의 연못 터에서 발굴한 연 씨앗이 함안군농업기술센터에 의해 발아에 성공하여 엊그제 `7백년만의 개화’를 이뤄냈다는 거다. 신문들이 보여주는 그 연분홍 고려연꽃의 씨앗은 7백년 동안에도 죽지 않고 있다가 마침내 종족보존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걸 보면서 새삼 생명의 신비에 경외심마저 든다. 팔만대장경과 같은 수준 높은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고려의 연꽃씨앗이 7백년을 건너 피워낸 꽃. 혹시 우리나라 앞날의 놀라운 문화부흥이라도 예고한 부처님의 `염화시중’일까!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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