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가 얼마나 인정없으면 `빚 값에 계집 뺏기’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싶을 정도다. 실제로 `흥부전’에 이 말이 나온다. “심술부가 한번만 뒤집히면 심사를 피우는데 썩 야단스럽게 피웠다. 술 잘 먹고 욕 잘 하고 에테하고 쌈 잘 하고 초상난 데 춤 추기 불 붙는 데 부채질하기 해산 한 데 개잡기 장에 가면 억매 흥정 우는 아이 똥 먹이기 무죄한 놈 뺨 치기와 빚 값에 계집 뺏기.”
포항에서 술집 여종업원 둘이 맞보증을 서줬다가 빚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태가 벌어졌다. 똑같은 일이 경주에서도 벌어졌다. 불법 사채(私債)를 얻어썼다가 사채(死債)에 목숨까지 내준 셈이다. 해마다 이런 사채에 몰려 생목숨을 끊는 것으로 빚의 고통에서 헤어나려는 희생자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안타까운 노릇이다. 흥부시대에는 빚 값으로 마누라 뺏기로 결말을 지었는지 모르나 요즘 빚 값은 목숨으로도 부족하다. 유족들마저 대를 물려 들들 볶인다. 구약 성경을 보면 “빚보증을 서지말라”는 가르침이 있다. 그 까닭을 알 것 같다.
빚의 속성은 눈덩어리 불어나듯한다는 것이다. 몇달치 이자 미리 떼어주고 나면 남는 돈도 많지 않은데 이 것이 어느새 억(億)소리를 내며 목숨을 조여오니 당해낼 힘이 없다. 법이 규정한 이자율이 없는 게 아니다. 현행 대부업법은 연이자 49%를 최고이율로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죽은 조항이다. 사채시장에서 연이율 1200%로 돈을 얻어쓰고나서 곤경에 빠진 사람도 있다. 쌀됫박이라도 나눠주어 죽을 목숨을 살리는 사람도 있는데 돈 빌려줬다고 목숨 끊게 하는 사람은 도대체 뭔가.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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