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목을 보면 성경 속 인물들도 체면에 살고 체면에 죽는 사고방식에 굳어 있는 것 같다. 그 무렵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성 대접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습속에 젖어 살았다. 그러니 여자가 던진 맷돌에 맞아 죽었다고 하면 왕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차라리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체면은 품위, 품격이란 말과도 통한다. 옛 중국의 관중(管仲)은 사람의 품위를 알려면 읽는 글과 사귀는 벗을 보라고 했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다. “ 꽃에 향기가 있듯 사람에게도 품격이란 것이 있다. 그러나 향기가 신선하지 못하듯 사람도 그 마음이 맑지 못하면 자신의 품격을 보전하기 어렵다. 썩은 백합꽃은 잡초보다 오히려 그 냄새가 고약하다.”
포항시가 공무원들의 품위 유지를 위해 강경책을 쓰는 것 같다. 음주운전, 성추행 따위 품위 손상 행위를 저지르면 적발하는 그 시점부터 대기발령, 직위해제와 함께 문책 절차가 끝날 때까지 현장업무에 내보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초 음주운전하다 걸린 두 사람이 환경정비, 광고물 정비 같은 현장 업무를 하고 있다. 한때 서울시가 실시한 `풀뽑기’와 엇비슷한 제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발상이야 어찌됐건 서울시의 풀뽑기가 나태한 공무원의 성실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열매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포항시의 현장업무 투입도 원칙을 지켜 시행하면 성과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 성경의 아비멜렉을 흉내내어 “환경정비를 하느니 차라리 그만두겠다”고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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