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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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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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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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집 닭의 새끼들이 이제는 다 걷어들이고 오직 줍다 남은 시래기만 어질더분하게 널려 있는 김장밭을 가로질러 바로 이 울타리 개구멍으로 해서 이 집 뒤뜰로 거침없이 들어오고들 있었다. ” <박태원 - 갑오농민전쟁> 김장배추 가을걷이가 끝난 시골 김장밭의 정경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닭 뿐인가. 제발로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이 개구멍을 통로로 이용하게 마련이다. 쥐구멍이란 것도 있다.쥐만 드나드는 통로가 아니다. 사람도 부끄러우면 쥐구멍을 찾는다.  “노래를 어떻게 끝냈는지 모른다. 중호는 어쩔 줄을 몰라 고개를 푹 떨구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몸을 피하고 싶었다. 얼굴은 빨갛게 무안해졌다.” <최진우- 인간대결>
 예천에 있는 군부대에 납품한 배추김치 속에서 쥐의 잘린 몸통이 나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모양이다. 조사에 나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결국 납품한 김치 300㎏ 전량을 폐기하고 해당 회사에 대해서는 품목제조정지 행정처분을 요청했다고 한다. 일을 저지른 회사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은 당연한 얘기다. 다만 쥐고기 김치를 먹은 장병들의 김치 불신증이 촉발되는 빌미가 될까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번일 뿐만 아니다. 먹을거리에서 이른바 이물질이란 게 나와  말썽이 된 게 어디 한두 번 있은 일도 아니다. 일이 벌어지면 제조회사들은 시간을 끌어가면서 책임을 벗어나려 꼼수를 부려온 게 상례이기도 했다. 무슨 변명을 늘어놓아도 결국은 관리능력 부족을 드러내는 꼴밖에 안된다.
 오늘이 처서인데도 찜통더위는 좀처럼 숙질 기미조차 없어 보인다. 가뜩이나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에게, `혈압 오르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는 게 좋겠다.김칫거리를 어디에 쌓아두었든 쥐구멍은 곳곳에 있는 것 아닌가.  쥐구멍 찾을 일일랑 아예 거들떠도 안 보는 게 여러 사람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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