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학의 `뿌리깊은 나무’ 31년만에 고향 품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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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학의 `뿌리깊은 나무’ 31년만에 고향 품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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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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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상록수' 再生 이명석 선생을 추모하며…  
포항문협 `이명석 선생 추모식’ 내달 2일 포항 덕수공원서 개최
생전사진 전시·재생 백일장 등 기념행사 다채…특집책자 발간도

척박한 상황 속 사회복지사업 펼쳐 `인간 상록수 훈장’수여 공로 인정
이대공 포스코교육재단이사장, 부친의 뜻 받들어 문화확산 앞장
 
 

 
 
 
 
 
 
 
 
 
 
 
 
 
 
 
 
1966년 포항개항제 기념식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는 재생 이명석 선생.
 
 
해방을 전후해 故 재생 이명석 선생은 예술인총연합회와 문인협회를 조직해 문화불모지 포항에서 창작의 꽃을 피웠다. 선린애육원 설립 등 사회복지사업에도 헌신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인간상록수봉황금문장”을 받았다. 오는 10월 2일 수도산 덕수공원에서 열리는 선생의 추모식을 기념해 숭고한 애향심을 되새겨 본다.
 
 
 # 인간상록수 재생의 그리운 귀향
 일제 강점기부터 6·25전쟁을 거치는 겨레의 수난기에 포항지역의 문학과 문화를 가꾸고 전쟁고아와 소외이웃을 보살피다 1979년 9월 향년 76세에 미국 시카고 인근 락포드의 차남 집에서 노환으로 타계한 `인간 상록수’ 재생(再生) 이명석 선생의 유해가 31년 만에 고향의 품으로 돌아온다.
 사단법인 포항문인협회(회장 이대환 작가)가 오는 10월2일(토) 오후 1시 30분 포항시 북구 수도산 덕수공원 내 재생 선생의 문화공덕비 앞에서 삼가 선생의 명복을 빌며 공덕을 기리는 추모식을 개최한다. 또한, 문화공덕비 주변에는 선생의 생전 사진을 전시를 하며 추모식 직후 열리는 제13회 재생 백일장은 재생 선생의 추모 기념으로 진행된다.
 선생의 글과 사진, 후배들의 추모사, 재생 백일장 장원 작품 등 그간 모은 자료도 추모 기념 특집책자도 11월 중에 발간될 예정이다. 

 
1965년 여름 미해병대 군목이 선린애육원을 내방해 재생 이명석 선생, 원생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 사회복지와 문화로 애향심 불태워
 재생 선생은 1904년 영덕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고학으로 배움의 길을 걸었다. 해방이후 포항을 본향으로 삼고 성인문해(文解)교육기관인 애린공민학교를 비롯해 음성 나환자촌인 포항 애도원, 부랑자 정착촌인 포항 신생원을 설립했다.
 또한, 6·25전쟁 후 고아양육기관인 선린애육원의 설립에 크게 기여했고, 초대 이사장인 윤병식 목사(포항제일교회)에 이어 2대 이사장과 원장을 지냈다.
 선생은 문화예술단체가 전무한 지역 실정을 타개하기 위해 적수공권으로 문화원을 설립했다. 포항예총의 전신인 포항문화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지역 최초의 문화제인 포항항 개항제(開港祭)를 개최했다. 그밖에 문학강연회, 미술전시회, 음악회, 연극 공연 등 지역의 각종 문화활동에도 항상 선생의 손길이 닿았고 도서관 건립 운동도 앞장서서 이끌었다. 선생은 포항시민헌장을 기초하고 포항시와 영일군이 통합되기 전에 포항시민이 애창했던 옛 `포항시민의 노래’와 포철공고·오천중 교가 등도 작사했다.
 선생은 당시 척박한 상황에서 지극히 어려운 사회복지사업을 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열정으로 일궈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인간 상록수 훈장’을 받았다. 선생을 내조한 도우술 여사 또한 `장한 어머니상’을 받았다. 선생의 높고 깊은 뜻을 기리고자 1998년 2월 28일 포항의 문인들이 중심이 돼 선생이 생전 자주 거닐던 수도산 덕수공원에 문화공덕비를 세웠다. 

 수도산 덕수공원에 세운 문화공덕비.
 
 
 
 
 
 
 
 
 
 
 # 선생님, 당신이 그립습니다!
 재생 선생은 슬하에는 진우(변호사/작고), 매리(75·미국 거주), 태우(72), 대공(69) 등 3남 1녀를 뒀는데, 자녀에게는 자신이 벌여 놓은 문화 사업에 일절 손을 대지 못하게 할 정도로 청렴결백했다.
 박이득(69) 포항예총 회장은 “당시 한 지인의 일로 경주지청의 이진우 검사를 만나러 가는데 일행이 경주행 기차표를 구입하려하자 선생은 `내 표는 내가 산다’고 해서 일행 모두가 놀랐다”며 “선생은 그처럼 마음이 깨끗하고 욕심이 없으며 베풀 줄 아는 분이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선생님은 막내아들 뻘인 자신의 결혼식에 우인 대표로 참석해 하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더없이 열린 마음을 가졌던 친근한 분으로 지역문화와 소외된 이웃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열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던 큰 어른이었다”고 술회했다.
 박 회장과 신상률(76) 전 한국예총 경북도연합회장, 김삼일(68) 포항시립극단 상임 연출자(대경대 교수) 등 포항의 원로 문화예술인들은 선생으로부터 문화적 소양과 삶의 자세를 배웠다.
 김삼일 교수는 “현 포항시립극단은 선생의 격려에 힘입어 탄생했다. 1965년 7월 시립극단의 전신인 은하 극단이 창단 공연을 했는데 관객이 겨우 4명에 불과했다”며 “연극을 시작하기 전 선생님이 관객을 향해 `지금은 관객이 4명뿐이지만, 앞으로 40명, 400명, 4000명으로 반드시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우리 포항의 예술이 발전할 것이다’며 열변을 토하면서 굵은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 재생의 애향심, 포항의 문화유산으로
 김 교수는 “선생은 문화사업만 벌였던 게 아니라 그 일을 통해 인재들을 키우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 선생의 후배들은 그 정신의 영향을 받아 지금까지 지역의 문화예술계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범 서울 밀알교회 원로 목사(78·포항초 27회 졸)는 “선생을 통해 톨스토이와 춘원 이광수를 알게 됐다. 선생은 내 인생의 출발점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어른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선생의 3남인 이대공 애린복지재단 이사장(현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은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나눔 문화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1998년 6월 설립한 애린복지재단은 보건복지부 허가 재단으로서 출연금은 37억8600여만 원이다. 재원은 설립자인 이대공 이사장이 대부분 출연하고, 설립자의 형제들도 일부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사회복지·장학·학술·문화예술 등 사회 각층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303건, 19억여 원을 지원해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대환 포항문인협회 회장은 “재생 선생이 그 어렵고 힘든 시절에 포항지역에서 일궈놓은 업적을 살펴보면 선생에 대한 평가에 소홀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이번 추모식이 선생의 삶과 발자취에 대해 깊이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며 선생의 애향심은 51만 시민이 계승·발전시켜야 할 문화유산이라고 말했다.  /차영조기자 cyj@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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