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호가 다시 출어하기 며칠 전부터 동해엔 오징어떼가 몰려들기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에따라 오징어 고장인 울릉도 어민들은 지레 가슴이 부풀었었다. 실제로 추석에 앞서 오징어가 잡히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그 행복감은 짧았다. 변덕스런 날씨가 또다시 시름만 몰아온 탓이다. 이번엔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가 10월부터는 오징어 풍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냉수대가 점차 약해지고 해황이 정상을 되찾게 된다는 소식이다. 해황의 정상화는 곧 오징어떼의 남하 회유가 아닌가.
55대승호의 대화퇴어장 재출어는 경북 동해안 어민들의 실상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대승호 선원들은 “추석 차례는 바다에서 지내겠다”며 뱃머리를 다시 대화퇴로 돌렸다. 북한 억류에서 풀린지 9일만이다.한달 억류 동안 쌓인 피로도 풀리지 않았을 기간이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몰아세웠는가. 동해에 오징어떼가 몰린다는 소식이 이들의 마음을 더욱 다급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대승호의 대화퇴 어장 출어는 그저 심드렁하게 바라보기만 할 일은 아니다. 오징어 풍어가 시작됐다는 동해안 해역에서 영세어민들의 불법이 저질러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어서다. 트롤어선에게 집어등을 비쳐줘 불법조업을 돕는 행위를 말함이다. 짧은 시간 불을 밝혀주고 받는 대가가 `남는 장사’라고 판단하는 까닭일 것이다. 잘못된 생각이다. 자신들이 조업질서를 깨뜨림으로써 빚어지는 마이너스 효과를 생각하지 않은 탓이다. 트롤어선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어족자원의 씨를 말리는 탓에 영세어민들은 며칠 밤낮을 달려 대화퇴어장 조업에 나서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일이다. 가까운 곳에 어족이 풍부하다면 굳이 먼바다까지 나가 나포되는 위험을 무릅쓸 일은 없지 않은가.
대승호 김칠이 선장이 “북한 EEZ 근처에도 안가겠다”고 했으니 불행한 일이 또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 대화퇴어장 조업에 나선 모든 어선들이 만선기를 펄럭이며 안전하게 돌아와 주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