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여, 주윤발(周潤發) 좀 본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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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이여, 주윤발(周潤發) 좀 본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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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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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재산은 내가 벌었지만 영원히 내 것은 아니다”
오 윤 환 (언론인)
 
 홍콩 출신 세계적인 스타 주윤발(周潤發). `영웅본색’, `첩혈쌍웅’, `종횡사해’ 등으로 한국 팬은 물론 세계 영화팬을 사로잡은 배우다. 그가 `기부천사’로 날개를 폈다. “나의 재산은 내가 번 것이긴 하지만 영원히 내 것은 아니며 (사후에) 가져갈 생각도 없다”며 “세상을 떠난 뒤 재산의 99%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X처럼 벌어 X처럼” 돈을 쓰는 대한민국 재벌과 부자들은 주윤발의 `발’끝도 따라가기 어렵다.
 그의 재산은 우리 돈으로 1200억원대를 넘는다. 그는 자신의 재산 기부의사에 대해 아내와 가족들도 모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승에서 먹을 것이 있고 살 집이 있는데 무엇을 바라겠는가”라며 “생로병사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만 연합보(聯合報)가 보도했다. 참으로 대단하다. 부럽다. 그리고 존경스럽다.
 그는 오래 전부터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벌이고 있는 기부 운동에 동참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키로 결심했다고 한다.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내몽골에서 영화 촬영을 하면서 대자연 속에서 한 개인의 삶과 욕망이 부질 없다는 것을 깨달아 소유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긴 끝간 데 없는 지평을 바라보노라면 개인은 얼마나 하잘 것 없는 미물인가?
 그는 중졸의 학력으로 우편배달부·가게 점원 등을 거쳐 스타덤에 올랐다. 나이 40이 넘어 영어를 배워 헐리우드에 진출해 대스타 반열에 올랐다. `평범한 것이 행복하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는 그는 아직도 구식 휴대폰을 쓰고,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 교통을 자주 이용해 홍콩 거리에서 가깝게 볼 수 있는 스타다. 돈 좀 벌었다고 거들먹거리고 수입차를 몰며 명품으로 주렁주렁 치장하는 이 나라 연예인들과 `졸부’들이 부끄럽다.
 대한민국 재벌들은 재산을 빼돌리는 데 혈안이다. 또 대통령 사돈 재벌의 아들은 회삿돈으로 미국에 콘도를 사고 주택을 구입해 기소되는 지경이다. 재벌의 자식들이 주식조작으로 줄줄이 감방에 끌려 들어갔다. 그들은 일류학교에 외국대학 석·박사들이다. 중졸에 우편배달부, 점원 출신  주윤발의 십분의 일, 백분의 일만이라도 닮으면 좋으련만…
 빌 게이츠 등이 참여한 미국의 고액 기부운동 프로그램인 `토크빌 소사이어티’에는 2만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해 연간 5000억원 이상을 기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는 가입자가 고작 35명이다. 최고 기부자도 축구선수 출신 홍명보로 기부액이 11억원이다. 재벌들은 명함조차 내밀지 않는다. 최고 재벌의 하나인 GS그룹을 들여다 보자. 허용수 GS전무는 아홉살짜리 아들에게 293억원을 상속했다. 여섯살짜리 아들에게 상속한 재산은 105억원이다. 열살도 안된 자식들의 앞날이 걱정돼서일까? 아니면 재산 빼돌리기의 수단일까? 또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은 열살짜리 딸에게 127억원의 재산을 물려줬다. GS그룹의 가훈인지 모를 일이다. 이게 대한민국 재벌의 참모습이다. 주윤발이 이빨에 성냥개비를 물고 비웃는 듯 하다. 그는 영화 `영웅본색’에서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다’고 혀를 찼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지원재단(Charities Aid Foundation)이 15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기부 지수(World Giving Index)에 따르면 자선을 가장 많이 베푼 나라는 호주와 뉴질랜드였고, 미국, 스위스, 네덜란드가 그 뒤를 이었다. 상위권 20위 안에는 적도기니, 가이아나, 투르크메니스탄과 같은 개발도상국도 포함돼 있다. 한국은 물론 없다. 특히 얼마 전 GDP 규모에서 일본을 누르고 세계 2위로 올라선 중국은 기부 순위에서는 147위에 그쳤다. 한국의 재벌이나 중국 갑부나 그게 그거다.
 주윤발은 홍콩의 교과서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 재벌 중 과연 누가 기부천사로 이름을 남길까? 관속에 갖고 들어가지도 못할 돈, 좀 베풀고 살면 안될까? 수의(壽衣)에는 주머니도 없다는데…. 우리나라 재벌들이 주윤발이 먹먹한 심정으로 마주했다는 몽골 대자연 속을 한번 다녀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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