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가 설치한 암반관정이 부실하게 시공된 탓으로 밝혀졌다. 봉화군이 농어촌공사에 4000만원을 주고 일을 맡겼더니 이 지경이 됐다. 가뜩이나 재정상태가 어려운 봉화군으로서는 결코 가볍게 볼 돈이 아니다. 이 금싸라기 혈세로 공사를 마치고 수도꼭지를 틀자 맑은 물이 아니라 냄새나는 흙탕물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수질검사 결과 대장균이 우글거렸다. 결국 혈세는 날아갔고 주민들은 대장균 든 하천수만 넉달 동안 마신 꼴이 되고 말았다. 암반관정은 하천바닥에 파이프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됐다. 요즘은 지하수도 위험할 수 있는데 하물며 하천수를 마시도록 해놨으니 그 속내를 도무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식수로 공급된 이 하천수에서 총대장균과 분원성 대장균이 나왔다. 애당초 식수로는 쓸 수 없는 물을 공급한 것이다. 대장균 가운데 몇가지는 장질환을 일으킨다. 전문가들은 장내병원성, 장침투성, 장독성, 장출혈성으로 구분한다. 그 이름부터가 으스스하기만 하다. 분원성 대장균도 나왔으니 대변에 오염된 물을 주민들에게 마시라고 공급한 것 아닌가. 일반세균도 기준치(100CFU)의 30배 넘게 검출됐다.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물샐 틈 없는 조사가 절대로 필요하다. 이런 물을 넉달 동안이나 마시고도 주민들이 아무런 탈이 안났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마터면 전염병이 집단으로 발병할 뻔하지 않았는가. 공사를 위탁받은 농어촌공사는 말할 것도 없다. 봉화군 또한 책임을 벗을 길이 없다. 깨끗한 수돗물이 공급되도록 다시 조치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진상을 속속들이 파헤쳐 엄중하게 책임을 가려야 한다.
개인업자들이 공사를 위탁받았더라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물며 농어촌공사 같은 공공기관이 공사를 맡아서 `대장균 하천수’를 수돗물이라고 공급했다니 무슨 변명을 둘러대도 말이 되지 않는다. 혹시라도 자신의 가족이나 친척들이 이 동네에 산다면 이런 물을 마시라고 했겠는지 묻고 싶다. `대장균 하천수 수돗물’ 사건은 관급공사가 건실하고 투명하게 시행되는 전통이 세워지는 계기로 거듭나야 한다. 주민을 우습게 아는 행태는 이참에 뿌리 뽑아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