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 학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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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 학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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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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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머리 없고 고지식하기만 한 어느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다. 딸이 우리나라에서는 첫손 꼽는 국립대학에 들어가 줘 등록금 걱정을 크게 덜었다고 했다. 축하 인사를 받으며 한마디 더 보탰다. “그런데 친구 새내기들이 딸에게 개천에서 용났다고 한다나 봐.” 그야말로 별 볼일 없는 변두리 동네에 사는 것을 알고는 했다는 소리였다.
 씁쓸히 웃었더니 더 놀라운 얘기를 들려줬다. 자신이 다니는 변두리 조그만 교회에 박사 아들, 박사 딸을 둔 사람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 젊은 박사들의 가정형편을 보면 알핀 로즈(高山 장미)가 피어난 셈이라고도 했다. 서정주 시인의 `뻐꾹새 울음’이 생각난다. “ 책값도 없는 우리 학생이/열 집씩 스무 집씩 책 가게를 돌며/ 두 장씩 석 장씩 공으로 서서 읽어가다가 / 저물어 흐렁흐렁 되돌아 가고 있을 때.”
 대구지방경찰청이 각종 논문을 대신 써준 일당을 잡았다고 한다. 논문 `대서료’는 학위에 따라 등급이 있다. 학사 30만원, 석사 100만원, 박사학위 200만원. 여기에 아프터 서비스가 추가되면 대가는 더 올라간다. 논문 대필을 바라는 사람들이 줄 서있다니 `남는 장사’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도서관이나 인테넷을 통해 구한 논문 몇 편을 짜집기하면 되니 땅 짚고 헤엄치는 꼴이다.
 대필 논문을 용인하는 사람은 지도교수이고, 그 뒤에는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냄새나는 논문임을 알면서도 눈감을 수밖에 없는 것은 청년실업이란 장벽 때문이란 핑계다. 말이 되나? 강변인가? `개천에서 난 용’들은  `뻐꾹새 울음’처럼 책방을 순례하며 현대판 형설지공(螢雪之功)을 쌓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필 논문’보도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몽테뉴의 `수상록’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리 학자님들은 여러 책에서 학문을 쪼아다가 입술 끝에만 얹어주고,단지 뱉어서 바람에 날려보내는 짓밖에 하지 않는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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