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줘야만 집 청소하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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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줘야만 집 청소하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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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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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봉사자들을 위축시키는 제도
 
 정부는 간병인, 방과 후 지도교사, 보육인 등 이른바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내년부터 매년 20만 개씩 2010년까지 모두 80만 개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방과 후 지원활동에 20만, 보육지원에 14만, 간병지원에 13만, 문화ㆍ예술ㆍ환경지원에 6만 명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 53만 명의 부족한 인력을 재정지원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 수혜대상자들 대부분은 건강상태가 열악한 고령자와 장애인, 전문기술이 없거나 취업문이 좁은 여성 및 고학력의 미취업자들이다.
 사회적 일자리의 대부분은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린 비영리 민간단체를 통해 제공되어오던 서비스들이다. 지역에 기반을 둔 비영리 민간단체들은 전문 자격증을 갖춘 교사나 간호사나 치료사나 직업재활사를 고용해 지역사회 수혜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들 전문직종이 수령하는 봉급수준은 기업체 근로자나 공무원의 봉급수준보다 낮아, 사회에 기여한다는 사명감 덕택으로 그나마 값싼 서비스로 제공해 왔다. 전문자격을 갖추지 않은 실직자들에게 전문성이 요구되고 자원봉사를 통해 이루어졌던 사회적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사업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속담에는 `하던 지랄도 멍석 깔아놓으면 안 한다’, `비 드는데 마당 쓸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외부 간섭이 개입되는 바람에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고 싶었던 행동이 내키지 않게 되는 것을 빗댄 속담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집 청소 할 때마다 용돈을 주기로 했다. 아들은 이젠 용돈이 들어와야만 집 청소를 한다. 돈이라는 외적동기가 청소를 자발적으로 하려는 내적동기를 사라지게 한 것이다.
 과잉정당화효과는 집 청소라는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다른 형태의 집안일을 거드는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데 심각한 문제로 대두한다. 매혈행위는 헌혈자들의 헌혈동기를 구축해버린다. 헌혈자들은 자신이 매혈자로 비쳐질까 봐 더 이상 헌혈행위에 참여하려고 나서지 않게 된다. 사회적 일자리에 대가를 받지 않고 봉사하면서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려고 애써왔던 자원봉사자들 봉사심이 사회적 일자리 창출로 구축되어버릴까 걱정이다.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이 귀중한 덕목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민간부문 시장질서를 교란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적 일자리가 당초 근로비용과 복지비용을 절약하는 근로연계형복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민간부문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복지수혜근로자들로부터 일자리에 대해 열과 성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어디까지나 취로사업에 지나지 않는 복지사업으로, 근로와 연계되어서는 안 될 임시서비스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서비스 제공자의 눈치를 보면서 감독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당해사업에 대한 재정이 정부로부터 지원되기 때문에 일자리에 대한 근무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질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구축효과가 그것만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사람들의 경제적 삶을 개인의 책임에서 정부의 책임으로 변화시키게 되면 예산증대와 만성적 실업으로 이어져 결국 국가재정상 무책임을 낳아 급기야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 내년 이미 국가 채무는 306조원에 이르러 1인당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가 628만 원 수준이 될 정도로 높다. 현세대가 자신의 채무를 스스로 부담하기보다 후세대가 더 많이 부담할 것을 강요하는 책임 지지 않는 윤리로서는 자유기업 시장경제체제의 튼튼한 토대가 유지될 수 없다.
 맬서스(Thomas Malthus)는 일반사람들이 빠지는 곤궁을 구제하기 위하여 잉글랜드의 구빈법이 제정되었지만, 그것이 개인 불행을 조금 완화시켰을지는 모르나, 더 넓은 지역에 전반적으로 해악을 전파시켰다는 사실을 우려하여 「인구론」을 발표했다. 당시 잉글랜드에는 독립정신이 아직도 농민층에게 남아 있는 데에도 구빈법이 오히려 절제와 근로 및 독립정신을 근절(구축)시킨다고 통탄했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꺼려하여야 하는 까닭은 실업자나 빈곤층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여서가 아니라 그들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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