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는 학(鶴)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큰 겨울철새다. 껑충한 다리와 함께 기다란 목, 긴 수명이 우리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박종화의 `학울음’그대로다. “학, 백학/ 학 중에도 백학/ 두루미 천년학이 / 긴 목을 빼어들고/ 뚜루루, 뚜루루, 뚜뚜루루/구만리 장공(長空)에 울어댄다/ 살아야겠다구, 오래 살아야 겠다구.”
구미해평습지의 진객인 두루미떼가 올해엔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지난해 2500여마리가 관측됐다. 올해엔 10월 현재 재두루미 10마리, 흑두루미 1140마리 뿐이다. 낙동강 도래지, 순천만, 철원평야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두루미가 한반도에서 고개를 돌리는 것인가. 전문가들이 그 원인조사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한다. 일본 이즈미 쪽 사정도 지켜봐야 하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두루미는 영어로 `crane’이다. `기중기’라는 뜻도 있다.동사로 쓰면 `목을 길게 빼다’라는 뜻이 된다. 어느 쪽으로 보건 두루미가 떠오르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낙동강살리기사업에서 두루미의 급감 원인을 찾기도 하는 모양이다. 개발의 상징물인 기중기와 두루미의 기다란 목이 겹쳐 떠오른다. 소식가인 두루미의 배를 채울 양식조차 없어 찾아오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는 우화 속의 `여우’가 돼버리는 꼴이다. 그럴바에야 `라퐁텐우화’의 고양이가 되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다. “오래 살아야 겠다구”를 외치는 두루미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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