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가장 낮은곳`희망 불씨’가 되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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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가장 낮은곳`희망 불씨’가 되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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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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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연료 연탄, 생산서 가정 아궁이까지…>
기습 한파·경기 불황 영향…찾는사람 점점 늘어나
연탄공장“일거리 많아 좋지만 마음 한구석은 씁쓸”

 
 나는 연탄입니다.
 초기에는 열아홉개의 구멍을 뚫어서 십구멍탄이라고 불렸는데 길고 어색해서 구공탄으로 불려집니다.
 저는 지난 10일 저와 같은 모습의 친구들 3만장과 함께 영덕군 축산면에 있는 영덕합동연탄 공장에서 만들어 졌습니다.
 1980년대만 해도 서민 가정의 난방 및 취사용 연료의 으뜸이었던 연탄이 석유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급격히 쇠퇴했죠. 지금은 기름 값이 부담되는 일부 서민들의 수요에 의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 합니다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은 우리를 만들어내는 아저씨들의 손놀림이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아저씨들은 “우리야 일거리가 많아져 좋지만 경제가 어려워 연탄을 찾는 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마음 한구석은 안타까움이 쌓인다”고 합니다.
 공장에서 나와 친구들은 4.5톤 트럭에 한 가득 실려 한 시간 가량 떨어진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판매소에 도착했습니다. 소비자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곳이지요.
 판매소에는 김영순(49·여)소장님 외에 3명의 직원들이 배달 일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를 배달하는 분들이 대접을 못 받을 때가 많아요. 그것은 일이 힘들고 늘 연탄 검정을 묻히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3D업이라 하려는 사람들이 없죠.
 옛날에는 연탄가게에서 한두 장 소매도 했지만, 지금은 보통 200장은 돼야 배달을 합니다. 먼 거리일 경우는 장당 10원 정도 배달료가 더 붙는답니다.
 김영순 소장님은 “연탄 100장 팔아봐야 만원이 채 남지 않아 최소 200장은 돼야 배달이 가능해요 그러나 가정 형편이 넉넉지 못한 저소득 가정에서 사정하면 이문을 덜 남기더라도 배달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연탄이 아니면 어떻게 추운 겨울을 나겠어요.”라며 멋적은 웃음을 지으셨어요
 배급소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가 1t 트럭을 타고 나와 친구들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이인리 김성득(82·여)할머니 댁입니다.단칸방에 홀로 사시는 할머니는 외지에 나가있는 자식들이 보내주는 생활비의 일부로 우리를 구입 하신답니다. 일 년에 400장 정도면 그럭저럭 지내신다고 합니다. 낮에는 연탄보일러 공기구멍을 꼭 막아 놓고 경로당에서 지내고 밤에만 공기구명을 열어 혹한기가 아니면 하루에 두 장이면 된다고 하십니다.
 팔십 고령에 추운날 일일이 드나들면서 연탄을 갈아야 하는 일이 여간 번거롭지 않을 것 같은데도 할머니는 “연탄이 없었으면 비싼 기름 값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 며 별로 힘들지 않다고 하십니다.
 석유와 도시가스에 밀려 지금은 초라하게 겨우 명맥만 이어가는 우리들이지만 이 시대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해주고 일생을 마치는 일에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일찍이 안도현이란 시인은 한 편의 시로써 이런 우리의 자부심에 성원을 보냈더군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었느냐?”
 저희들의 온기로 서민들의 겨울이 더 따뜻했으면 합니다.
 /김결기자 kk@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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