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또한 선불을 맞으면 얼마나 날뛸것인가. 심훈의 `영원의 미소’에서 선불의 용례를 찾을 수 있다. “ 정신은 독기가 오른 눈을 매섭게 뜨고 선불 맞은 날짐승처럼 할딱거리고 앉았다.”
요즘들어 멧돼지 출몰이 자주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에만도 대구 월성동 아파트단지를 휘젓고 다니던 멧돼지가 경찰이 쏜 된불을 맞고 숨을 거뒀다. 안동시청사를 `야간 순찰’하던 멧돼지는 경찰이 오기 전에 유리창을 깨고 달아나 선불조차 맞을 일이 없었다.닥치는 대로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멧돼지는 농작물 피해의 주범이다. 안동에서만도 지난 8~ 10월 사이에 100건이 넘는 피해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사태의 심각성을 이제서야 깨달았는지 환경부가 팔걷고 나섰다. 사냥꾼 한 사람의 멧돼지 포획량도 6마리로 갑절 늘렸다. 수렵장도 4~5개 시·군을 함께 묶어 광역화할 방침이라고 한다.적정 서식밀도를 3~4 갑절이나 웃도는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냥이 예술이냐 스포츠냐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면 일종의 사치인듯 싶기만 하다.
이른봄부터 구슬땀 흘려가며 지은 농사를 하룻밤 새 망쳐놓는 멧돼지를 감싸는 듯한 당국의 자세가 농민으로서는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조 개국공신 정도전이 사냥법에 관해 한 말이 생각난다.“짐승 중에서 백성들의 곡식을 해치는 것만을 잡게 하는 것이고,잡은 짐승을 바쳐서 제사를 받들게 한 것이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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