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담화에서 향후 불법침범 시 자위권 발동과 선제적 공격도 언급했다. 당시 우리 사회의 적개심이 그 정도의 공감대는 형성하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담화 직후 야권과 이 정권을 처음부터 혐오해온 `광장파’들은 당장 `전쟁위기 조장’이라고 선동하고 나섰다. 사이버공간은 난리법석이었다. `나 이제 열다섯 살 소녀에요, 더 살고 싶어요` 등등…. 곧 대통령의 `단호한 대처’ 담화는 전쟁을 하겠다는 말로 변질되어 퍼지고 또 퍼졌다. 그 결과는 6?2지방선거 개표가 말해주었다.
23일 오후에 벌어진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직후 대통령이 `확전 자제’를 지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단호하게 대처하되 확전되지 않게 관리를 잘 하라’고 했다는 말을 정말 했느냐, 누군가가 자의적으로 표현한 거냐 하는 논란이 국방장관을 부른 국회에서도 나온 모양이다. `단호대처’와 `확전자제’는 모순으로, 사리에 맞으려면 양립할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확전자제를 전제로 상황관리를 잘 하라고 모순어법을 구사한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을 나무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이 전쟁 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사람 사는 마을을 향해 대포를 마구쏘아 군인과 민간인 넷이 죽고 여럿이 중경상을 입은 전투 상황이 쉼 없이 TV를 통해 되풀이되는 그 시각, 우리 국민들은 TV카메라 앞에서 어떤 이는 `단호한 맞대응’을 주장했고, 어떤 사람들은 `확전되지 않게 침착한 대응’을 주문했다. `단호하게 대처하되, 확전은 안 돼야 하는 모순’이 우리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정재모/언론인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