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인천 연평도 한 주민이 아이를 안고 북한의 해안포 공격을 피해 해양경찰 경비함정을 타고 인천항 해경부두에 도착, 배에서 내리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北폭격 연평도 사흘째 탈출 행렬 … 마을 전체 폐허화
남은 주민도`터전잃어 더 이상 살 수 없다” 떠날채비
“건물 22채가 전소됐다. 산림도 25㏊가 불탔다. 통신도 아직 두절되고 있다. 모든 게 마비됐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대책이 없다” 북한의 공격으로 한 순간 생업터전을 송두리채 잃은 현지 주민들의 피맺힌 절규다. 아직 피난대열에 합류하지 않은채 남아있는 200여명의 연평도 섬주민들은 `모든 것이 부서지고 아직도 화약냄세가 진동한다”며 막막한 심정을 말했다.
주민들이 말한대로 연평도는 갈기갈기 찢겨버렸다. 삶의 보금자리를 北이 무참이 폭격해 불태우고 부서버린 것이다. 꽃게잡이로 생업을 잇고있다는 연평도 출신 김광춘(47)씨는 “연평도는 사라졌다. 바다를 생업터전으로 사는 사람들인데 이젠 살길이 막막하고 대책이 없다”면서 울먹였다.
연평도 연안바다는 北이 포를 수백발 쏘아대며 도발만행을 저지른 23일부터 어선 출어가 통제됐다.
현지 주민과 선원들도 대다수 인천으로 피난을 가버려 꽃게잡이 일손도 없다.
어업인 김씨는 “천안함 사건 때도 한 20일 정도 출어를 못했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넋을 잃었다.
그는 “마지막 꽃게 철인 데다 올해는 특히 꽃게 수확량이 적어 가격이 좋았는 데…”하며 가슴을 태웠다.
`이같은 와중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또 한다는데 北의 미친놈들이 무슨 짓을 할지 겁이나 여기 더 있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출어가 통제되면서 연평 연안부두엔 꽃게잡이 어선 수십척이 묶인채 찬 바람만 맞고 있다.
한 어업인은 “北만행 직후부터 사흘째 꽃게잡이를 못하고 있는 데 어민 보상을 누가 해주느냐”며 답답해 했다.
그는 이어 “연평도는 이제 불안해 한시도 머물수 없게 됐다”면서 “국가에서 이주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울먹였다.
연평도 전체 주민은 500여가구 1780여명. 이제 이 섬엔 전쟁공포로 사흘째 피난행렬이 이어지면서 25일 현재 남은 주민은 200여명도 안된다.
“무섭고 외로워 더이상 머물수가 없어 아들과 함께 이삿짐을 사고있다”는 80고령의 연평도 토박이 안금녀(80) 할머니는 “연평바다를 떠나 어찌살꼬”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웃의 한 부녀자는 “집이 다 탔다. 아무 것도 없고, 아무 생각도 없다. 그냥 앞이 깜깜할 뿐”이라며 흐느꼈다.
/인천에서 손경호기자 skh@hidomin.com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