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은 어디까지나 심리전이다. 물리적 충돌이 아니라 고도의 지능, 심리적 전쟁이다. 심리전이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대북심리전 내용을 국회의원들에게 까발려 보고했다. 삐라는 물론, 라면과 햇반, 단파라디오 등을 풍선에 실어 북한에 보냈고, 앞으로도 보내겠다는 것이다. 이 내용을 보고받은 국회의원이 마치 전공을 세운 듯 언론에 까발렸다. 한심한 국방부에 한심한 국회의원 아닌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살인도발을 겪은 국방부로서는 실제 전투 아닌 심리전을 벌일 충분한 이유가 있다. 군은 작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도발 직후 전단 40만장 등 최근까지 800만장을 북으로 보냈다. 최근에는 6년8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햇반 등 식료품과 생필품 6억원어치를 대형 풍선에 매달아 살포했다.
북한도 인터넷이나 팩스를 통한 대남침투에 김정일 정권의 공작부서나 군이 개입하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있는 군의 심리전이 효과도 높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이 사전에 유출돼 중단될 상황에 빠졌다. 내용을 유출한 얼빠진 군과 이를 까발린 국회의원이 책임질 일이다.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 등 심리전에 대해 “조준 사격하겠다”고 나선 것은 대북 심리전 효과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삐라와 라면, 햇반 등을 찾아 들판을 누빈다고 한다. 특히 남쪽에서 보낸 단파라디오는 북한주민들에게 김정일 집단의 정체를 알리고 세계의 민주화바람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북전단이 김정일 집단에게는 `청산가리’와 같은 존재라는 얘기다.
청와대가 제동을 건 이상 군당국의 대북심리전은 계속되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민간의 대북 전단살포 같은 심리전이 위축되어서는 절대로 안되겠다. 오히려 대북심리전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우리 국민이 북한에 보내는 삐라와 라면, 햇반, 라디오, 1달러 지폐가 북한 상공을 뒤덮는 날, 김정일 집단이 이집트와 튀니지 독재자처럼 쫓겨나는 그 날이 닥쳐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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