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부동산가격 급등 원인으로 언론과 건설업체, 금융기관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비싼 값에 지금 집을 샀다가 낭패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책오류의 책임전가도 문제지만 집값을 잡는다며 아파트 가격만 올려놓고도 어설픈 부동산 중개업 흉내를 내는 모습이 안타깝다.
청와대 입장을 모르는 게 아니다. 부동산정책이라고 잇따라 발표하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고, 집값이 잡히기는 커녕 폭등하는 현상에 가슴이 탔을 것이다. 또 이런저런 정책을 시행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서민들이 너무 조급해 하지 않으면 집값이 진정될 것이라는 믿음을 줄 필요도 있다.
그러나 홍보수석실 명의의 글은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것은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세력에 밀린 탓”이라고 원인을 외부로 돌렸다. “투기를 조장해 폭리를 취하는 건설업체들, 주택담보로 높은 금리의 돈장사를 하는 금융기관들, 부동산 중개업자들, 자극적 기사로 관심을 끌려는 일부 부동산언론”이 그들이라는 주장이다. 어처구니 없다.
정책 실패를 이런 식으로 호도하면 희망이 없다. 부동산 정책만 발표되면 집값이 뛰고 시장이 요동치는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찾아야지 `정책은 옳은데 시장이 잘못’이라는 식으로는 오류를 바로잡을 길이 없다. 특히 이글을 쓴 홍보수석은 부동산 정책 전문가도 아니다. `대통령에게 보고도 않고’ 혼자 구상해 데스크를 보고 발표했다는 얘기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이날 홍보수석의 글을 비난하는 글이 홍수를 이뤘다. 청와대가 비난한 `진정한 부동산 투기세력’은 “청와대와 건교부, 토지공사, 주택공사”라는 비난이 따갑기만 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없다”고 진단했다.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비싼 값에 지금 집을 샀다가 낭패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니 서민들은 황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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