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지진해일은 일본 동북부에서 일어났다. 때문에 우리에게 직접 미치는 피해는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만일 일본 지진이 서부 해안에서 일어난다면 상황은 달라지고 만다.
엊그제 민방위훈련은 일본 혼슈 아키타 북서쪽 125㎞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가상 아래 실시됐다.
당연히 거대한 해일이 우리의 동해로 밀려오는 가상 상황도 설정됐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실시된 지진해일 대응 훈련이었다.
월성 원전과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이 가까운 경주 양남면 같은 지역에 관심이 쏠렸다. 첫 훈련 결과는 대체로 좋았다는 게 유관기관들의 평가인 것 같다.
당국의 자체 평가는 팔이 안으로 굽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이번엔 그 평가가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는 듯 보인다. 훈련지역 주민들이 실제 상황처럼 협조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만은 없는 대목이 많아 아쉬움을 남긴다.
종래 훈련상황때 보였던 자세를 그대로 되풀이한 사람들이 아직도 많았다는 소리다. 심지어는 대피훈련을 구경하려고 나온 사람도 있고,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도 있었다.
이웃나라의 재앙을 밤낮으로 보면서도 `남의 나라 일에 왜 우리가 놀라느냐’는 듯한 생각이 느껴진다. 참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은 평소에 훈련이 잘 돼있는 나라다. 그 결과가 이번 재앙에 대응하는 일본국민들의 자세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예상 못한 대재앙 앞에서도 냉철히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세야말로 우리가 겸손히 배워야 할 대목이다. 같이 고통을 겪는 이웃에 대한 배려도, 질서를 철저히 지키는 행동도 훌륭했다. 전 세계가 찬탄해 마지않는 자세다.
실제 상황이 벌어진다면 우리도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려면 반복된 훈련으로 대응자세가 몸에 배도록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구나 경북동해안은 원전이 곳곳에 서있는 지역이다. 쓰나미가 동해안에 도착하는 시간은 매우 짧다. 더욱 밀도 높은 훈련이 되풀이돼야 할 것으로 믿는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