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을 뒤적이다 보면 촌수가 가까운 낱말들이 숱하다. 예컨대 허위(虛僞) 위장(僞裝) 기만(欺瞞) 위선(僞善) 사기(詐欺)…. 모두가 거짓 위(僞)를 `조상’으로 모시는 후손들 인것만 같다. 글자만 보면 `人+爲’이니 사람이 하는 짓이다. 세상엔 천사 같은 사람도 많건만 어쩌다 사람의 짓이 거짓이 돼버렸는지 모르겠다. 성선설을 믿는 사람들이 들으면 분통 터질 노릇이다.옛 중국 후한사람 허신(許愼)이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僞’를 `거짓’으로 풀었다고 한다.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되자 영남권은 사기극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선거공약으로 내걸어 “재미 좀 봤다”며 손바닥 뒤집듯 해버렸으니 속이 뒤집힐 노릇이다. 이 여반장(如反掌)놀음의 주역가운데 한 사람이 정종환 국토부 장관이다. 그는 2008년 국토해양부장관이 된 이래 최장수 장관에 이름을 올렸다.그는 국회청문회에서 “신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정확히 3년 뒤인 지난 2월 28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은 진전돼 있었다.“밀양과 가덕도 가운데 하나로 결정된다”고 했다. 그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며칠 전 어느 신문에서 재미있는 제목을 발견했다. `속지않는 기술’이 필요한 `착하지 않은 세상’이라고 했다. 동남권 신공항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 글이고 제목이었다. 그런데도 타이밍이 맞아 떨어진다. 앞으로는 “재미 좀 봤다”는 선거후일담이 나오지 않도록 유권자들이 단단히 `마음 문’단속을 해야될 것 같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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