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대외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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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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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덜나다’란 말이 있다. 집안살림이 망하거나 무슨 일에 망조(亡兆)가 들어 결딴나버리는 일을 뜻한다. `거덜’이 이 말의 뿌리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거덜’은 옛날 지체높은 사람의 행차 때 “쉬~ 물렀거라”고  목청을 뽑으며 호기를 부리던 `아랫것’이다. 이  행차와 마주치기 싫어 서민들이 피해 다니던 뒷골목이 서울 종로통의 `피맛길’이다. 상전의 위세만 믿고 행패를 부리던 하인이 `들때밑’이다. 세상이 달라지면서 사라지는 신세가 되고말았다.
 거덜이나 들때밑을 싫어하던 뭇 백성이 벼슬아치인들 좋아했을리가 없다. 신기남의 `어떻게 허먼’에 민초들의 반감이 고스란히 배어나오는 대목이 있다. “벼슬 좀 헌다치면 돈 벌고 권세 부리니라고 눈이 벌건하지. 요새 벼슬허는 놈들은 다 도둑놈들 아녀?”
 조선조의 피맛골이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게 돼버렸듯 벼슬의 개념도 많이 달라진지 이미 오래다 .관원들은 공복(公僕)임을 자처하고 나서는 세상이다.기회만 있으면 국가사회의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목청을 돋운다. 벼슬아치도 아닌 거덜이 `거들거리듯’했다가는 당장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판이다. 옛날 포졸의 육모방망이도  `민중의 지팡이’로 변신하지 않았나.
 포항시청 6급이하 대외직명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모양이다. 행정안전부는  2006년 전국 실무자들의 위상을 높여주겠다고 6급은 `담당’으로, 7급이하는 `주무관’으로 호칭을 통일했었다. 몇 년 지나다 보니 `주무관’을 `담당’의 상사로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다나보다. 6급의 심기가 꼬일 것은 뻔한 노릇이다. 직장생활의 재미는 `승급’과 `진급’이라고 한다. 세월이 흐르다 보면 호봉이 올라가고 자리가 높아지는 맛에 직장생활의 고달픔도 이겨낼 수 있다는 소리다. 사기를 높여주려고 대외직명을 바꿨건만 정작 공무원 본인들이 마뜩짢아한다면 잘못된 작명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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