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만 모르는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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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만 모르는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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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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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윤 환
(언론인)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나라다. 미국민 가운데 돈 많은 상위 1%가 미국 전체 부(富)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상위 10%가 전체 부의 71%를 가져간다. 그래도 미국에서 민중폭동이 일어났다는 뉴스는 없다. 왜 그럴까?
 미국은 공정한 나라다. 똑같은 기회가 주어진다. 개인의 선택에 의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부를 형성하기 때문에 그 결과에 승복한다. 부에 접근하는 과정에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배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가진자들의 아낌없이 기부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작동한다. 자본주의 경쟁에서 패배자들을 향한 `배려’다. 미국 맨하탄의 5번가와 할렘이라는 상극이 공존하는 배경이다.
 우리나라도 빈부격차가 심하다. 상위 20%가 전체 부의 80%를 누리는 `20 대 80’의 불평등이 고착화됐다. 2009년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개인사업자의 전체 소득은 90조 2257억 원. 상위 20%의 소득이 전체의 71%를 차지한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1.6%에 불과했다. 상위 20%의 1인당 평균 소득은 9000만 원으로 10년 사이 55%나 껑충 뛰었다. 하위 20%의 소득은 306만 원에서 199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국민의 93%가 빈부 격차가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했는데도 이처럼 심각한 빈부격차가 나타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해방 이후 `공정’과는 담쌓고 살았다. 친일과 친독재세력이 재산을 쌓고, 그 재산이 대물림되고, 그 재산을 무기로 학력의 대물림, 나아가 사회적 지위까지 상속되는 불공정 카르텔의 역사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절이 있었지만 `신화’로만 전해질 뿐이다.
 재벌들의 `주식배당잔치’가 끝났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574억 7000만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510억 8000만 원,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399억 4000만 원, 구본무 LG 회장 187억 2000만 원, 최태원 SK 회장 156억 4000만 원,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135억 8000만 원, 허창수 GS 회장 116억 4000만 원이다.
 이중 최태원 SK회장은 얼마 전 1000억 원을 선물투자했다가 고스란히 날렸다. 156억 원의 배당금 폭탄을 맞고도 부족했다는 것인가? 그 돈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재산이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 이상인 미국 최고 부자 403명 가운데 15%인 69명이 `재산절반기부운동’인 `더기빙플레지’재단에 재산을 기부하는 데 동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시작한 이 운동에 기부가 약속된 자금은 무려 2000억 달러(약 240조 원)에 육박한다. 기부 의사를 밝힌 부자에는 블룸버그 뉴욕시장, CNN 창업자 테드 터너, 영화 `스타워즈’ 감독 조지 루커스, 호텔계 거물 배런 힐턴, MS 공동 창업자 폴 앨런,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AOL 공동 창립자 스티브 케이스 등이 들어있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어떤가? 삼성, 현대, LG, GS, 한화, CJ, 대림, 롯데, 대림, 효성 등 20대 재벌이 비상장 계열사에 특혜를 베푸는 방법으로 부를 대물림해왔다. 삼성 이건희 회장 아들 이재용이 이런 방법으로 삼성을 물려받는데 든 비용은 16억 원이다. 수십조, 수백조원 가치의 삼성을 상속하면서 낸 세금이 16억 원이다. GS그룹 대주주는 유명 예능인을 앞세워 삼겹살 체인점을 열었다. 떡볶이, 꼬치구이 체인점 사업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재벌 서열 10위다. 현대자동차는 `소 사육’을 시작했다. 신세계도 뛰어들 채비다. CJ그룹은 전남 신안에 천일염 공장을 완공했다. CJ는 두부와 고추장 시장질서를 어지럽힌 재벌이다. 삼성, LG, SK, 코오롱은 문방구류까지 만들고 있다.
 GS그룹은 유치찬란하다. 허용수 GS 전무의 열 살짜리 아들이 무려 681억 원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다.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열한 살짜리 딸도 256억 원 상당의 주식을, 또 다른 아들은 244억 원을 보유했다. 그 덕에 허용수 전무의 아홉 살짜리 아들은 올해 9억 5000만 원의 주식배당금을 받았다. 허 전무의 여섯 살짜리 차남은 3억 4000만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재산상속의 천재들이다. 아들 딸들이 태어나자마자 입에 `금수저’를 물려준 꼴이다. 이들에게 `재산절반기부운동’을 말하면 뒤로 자빠질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 무너지면 재벌들은 어떻게 될까?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그 쉬운 교훈을 왜 재벌들만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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