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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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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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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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과 경제협력, 서독을 본받아야-
 
   박 효 종/(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북한 핵 실험 이후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 반응은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이어서 위기불감증이 아닌가 여겨진다. 핵실험 `이전’과 `이후’ 상황은 확실히 다르다. 그것은 마치 아담과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따먹기 이전의 상황과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다음의 상황이 다른 것과 같다. `금단의 열매’를 따먹기 전의 아담과 이브가 순진무구했다면,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다음에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던가.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아무 일 없었다는 식이다. 금강산 관광은 계속되고 있고 개성공단 경협도 지속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춤을 추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포용정책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혹자는 햇볕정책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항변한다. 그렇다. 햇볕은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그 햇볕정책을 `도그마’처럼 믿고 집행한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춤은 죄가 없다. 나이트클럽에서도 사람들은 춤을 추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시점에서 개성공단에서 춤을 춘 사람은 그 무신경 때문에 비판을 받아야 한다. 개성에서 춤 춘 것이 `늑대와의 춤’과 다르지 않다고 보여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북한 핵실험이 위기임에 분명한데도 위기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핵 불감증’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안보 불감증’이라고 해야 하나. 남한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도 검출량이나 장소는 공개하지 않는다.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데도 정부가 밝히지 않으니, 국민들만 불안해 할 뿐이다. 정보공개 요구라도 해야 할 판이다. 국민들이 `사재기’에 나설까봐 그런 것인가. 위기를 관리하려면 위기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그것은 정부나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현상’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고층빌딩에서 작업 하면서도 안전모를 쓰지 않는다. 오토바이를 타면서도 안전모를 쓰지 않는다. 안전불감증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이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의식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인지부조화 현상에 빠진 것은 포용정책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해 포용정책 실적에 비하면 핵실험도 큰일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북한 무장을 해제하겠다는 의미의 햇볕정책은 없었다. 우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바람과 해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고 했다. 그것은 분명 군사적 긴장완화와 무장해제다. 그런데 우리의 햇볕정책은 오로지 경제협력정책 뿐이었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활성화된 것은 경제협력일 뿐 군사적 긴장완화조치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서해교전과 같은 것들이 일어났다.
 햇볕정책에 책임을 져야 할 전도사들이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어 유감이다. 우리가 누려온 평화가 햇볕정책 덕분이었다느니, 상징적인 대북제재라도 하면 한반도에 전쟁이 날 것처럼 겁을 준다. 그리고 북한 핵에 재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전쟁광이 아니냐”며 몰아붙인다. 이렇게 된 데에는 “남북문제만 잘되면 다른 것은 깽판 쳐도 된다”는 의식이 주요원인이다.
 이 시점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핵실험 이전처럼 산다면, 인질범에 사로잡혀 겁에 질려 아무 저항도 못하는 인질 신세다. 국민들은 누구나 평화를 원한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평화를 이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개성공단에서 춤을 추면 평화가 오는가. 평화는 그런 식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사는 입증한지 오래다. 돈을 대주고 미소작전을 쓰면 오히려 평화보다 전쟁을 초래한다는 것을 2차대전 전의 뮌헨협정보다 먼저 로마의 베제티우스가 지적했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고 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경제제재조차 하지 않고 협력만 계속하면 국제사회는 물론 북한으로부터도 `평화애호가’라기 보다는 `겁쟁이’라는 비웃음만을 살뿐이다. 또 북한 요구는 더욱더 거세질 뿐이다. 아예 핵무기 개발비용을 대라고 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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