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열매는 속기(俗氣)는 전혀 없다며 그가 줄줄이 엮어내린 `선미’의 근거다.이 선미를 지닌 은행이 도심 숲을 자랑하는 대구에서 말썽거리가 됐다. 올해 은행의 수난은 대구 동구청이 `열흘 소득 30만원’을 장담하며 노인일자리를 만든데서 시작됐다. 은행을 따면 2000㎏가 넘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생산량은 1640㎏에 지나지 않았다.이나마도 다 팔리지 않아 141㎏나 남았다. 수익이 줄자 18일동안 은행따기에 나섰던 노인 80여명에게는 한 사람에 1만5000~3만원만 돌아가고 말았다.
`고무줄 임금 ’치고는 신축성이 뛰어났다.게다가 팔리지 않은 은행을 현물로 줬으니 말썽이 날 것은 정해진 순서.당연히 “구청이 임금 착취에 앞장섰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말았다.대구시내 은행나무는 3만7000그루가 넘는다. 해마다 2000㎏ 안팎 열매를 거둬들였다.그런데 왜 유독 올해만 말썽이 난 걸까.
선미라는 열매 맛과는 달리 속세에 너무 깊이 뿌리를 내린 탓인가.그렇다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필경 `일자리 만들기’ 실적에만 급급했던 탓일 게다. 능력에 넘치는 일자리 창출을 큰소리 치기는 했지만 정작 일자리는 없으니 일당 노동까지 실적으로 잡으려 든 게 탈이다.하기야 `18×80’의 해답만 생각하면 군침이 넘어갈만도 했겠다 싶기도 하다. 실적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고용의 질(質) 나름이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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