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창당주역인 천정배 의원이 “우리당은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끌려만 다녔다”고 자책했다. 정동영 전 의장도 천 의원과 만나 여기에 공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자책은 일리가 있다. 청와대 독주에 질질 끌려다니며 선거만 치르면 정부책임까지 뒤집어써 연전연패 해온 게 열린우리당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열린우리당은 청와대에 끌려다니지 않는다는 말인가.
천 의원 지적은 앞으로는 청와대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전제가 포함된 것이다. 천 의원이 청와대와 당의 관계를 종속적 구조로 파악했다면 창당주역으로서 당연히 이를 시정하겠다는 의지가 내포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산층과 서민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을 당 주도로 이끌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똑바로 하겠다는 약속과 다름없다.
그런데 현실은 청와대에 끌려다니지 않아야겠다는 의지는 간곳없고 여전히 청와대 뒤치다꺼리하는 데 열심일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청와대는 외무장관과 통일부장관에 송민순, 이재정 두 사람을 내정했다. 두 사람은 국회청문회 과정에서 남북관계와 한미동맹에 경사진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재정 내정자는 “6·25가 남침이냐”라는 질문을 얼버무리고, 김일성에 대한 평가도 우물쭈물했다. 야당 판단은 그가 이종석 통일부장관보다 더 친북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또 남파간첩을 민주운동가로 미화한 전력이 있고, 대선 때 `병풍 사기극’을 연출한 김대업을 면회하고 “대업을 이뤘다”고 한 사람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그를 감싸는 데 급급하다.
열린우리당이 청와대에 끌려다녔고 지금도 그렇다는 증거는 널려 있다. 인사 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각종 정책이 그렇다. 천 의원에게 묻고 싶다. 지금 열린우리당이 과거를 반성하고 청와대에 끌려다니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열린우리당이 신장개업하건, 헤쳐모여를 하건 그건 냉혹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