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돌아왔다. 2002년 대선 패배 후 잠행하던 그가 공개 행사에서 “2007년 좌파정권을 말끔히 정리하고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본인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말만 없었지 사실상 정치의 한복판에 진입한 셈이다.
이 전 총재가 정치를 하고 말고는 본인 선택이다. 아무도 그의 정치 재개를 막을 권리는 없다. 더구나 그에게 두 번이나 패배를 안긴 이른바 `3대 의혹’은 새빨간 거짓말로 판명났다. `병풍’이라는 해괴한 농간에 휩쓸려 패배의 눈물을 흘려야 했던 그로서 왜 정치를 재개해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이 없겠는가.
그러나 이 전 총재는 `정계은퇴’를 선언한 장본인이다. 그가 정치를 재개한다는 것은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말을 바꿔 네 번씩이나 대통령선거에 도전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예는 극히 비정상이다. 그가 대선에 출마할 때마다 지역감정이 얼마나 깊이 파이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는가. 이 전 총재는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남아야 한다.
이 전 총재가 “나는 대권, 그런 것보다 국민의 자유와 자유의 정신을 무시하는 좌파정권이 다시 집권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건 가능할 것이다. 자신의 흠결 때문에 정권을 좌파에 넘겨준 회오를 이런 식으로 바로잡겠다는 것도 그의 자유다.
이 전 총재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를 따랐던 야당이, 대선후보들이 분열하지 않고 단합해 선거에서 이기도록 하겠다면 역할이 있을 것이다. 전국을 다니며 자신의 실패가 국가와 국민의 실패로 이어진 교훈을 상기시킬 필요도 있다. 그러나 그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차떼기’ 오명이 남아 있고 두 번의 실패로 어지러운 세상을 도래하게 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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