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돌아오는 여름이지만 올여름은 유별나다 싶다. 여름에 들어선다는 신호인 장마부터가 그랬다. 장마철 내내 비가 쏟아지지 않은 날이 과연 며칠이나 됐는지 손꼽아 헤아릴만 하다. 지겹던 장마가 끝나자 가마솥더위가 들이닥쳤다. 경산은 사람의 체온에 육박했고 포항,경주,청송,김천,안동엔 폭염특보가 내렸다. 이야말로 ` 장마 끝 - 폭염 시작’이다. 허약한 사람이 땡볕에 녹초가 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니 계곡과 바다가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장맛비도 땡볕도 자연현상이니 어찌 해볼 수가 없다. 그러나 땡볕보다 더 뜨거운 게 있으니 탈이다. 마음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덩어리다. 채소값을 비롯해 오르지 않은 물가가 없다. 오죽하면 밥값 싼 포항시내 경찰서 구내식당이 인기를 모으고 있을까 싶기까지 하다. 죄 지은 것 없어도 가기 싫은 곳이 경찰서인데도 말이다. 물난리 속에서도 지갑은 가뭄을 탔다. 그러니 백성의 분노는 찜통보다 더 뜨겁다.
옛날 어느 끗발 좋은 경찰총수가 내질렀다는 호통소리가 환청현상을 일으킨다. “그 물가란 놈, 당장 잡아다 집어넣어버렷!” 이랬다던가. 물가란 놈 잡아오라고 고함질렀다는 사람의 별명이 `백두산 호랑이’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백성들 힘들게 하는 건 치솟는 물가다. 범은 곶감 소리에 기겁을 했다지만 백성들은 물가 소리만 들으면 경기(驚氣)를 일으킬 판이다. 정말로 `물가란 놈’ 잡을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는 역사에 이름을 남길 `영웅’이 될 것 같다. 곶감보다도, 염제보다도 무서운 게 바로 물가여서 그렇다.
김용언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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