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不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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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不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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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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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가장 지혜로운 사람과 가장 어리석은 사람만이 옮기지 않는다(唯上知與下愚不移)’. 자신의 지혜를 믿는 사람은 자기생각을 가벼이 바꾸지 않지만 진짜 멍청한 사람도 고집이 세다는 말이다. 이 말은 `가장 어리석은 자와 정말 지혜로운 사람은 생각을 바꾼다’라는 말로 뒤집을 수 있다. `반쯤 죽었다’는 건 곧 `반쯤 살았다’는 말이니 분수법칙처럼 양쪽에 각각 2를 곱하면 삶과 죽음은 동의어가 된다는 우스개 궤변논리 같은 말이지만, 논어 양화편(陽貨篇)에 나오는 이 구절을 뒤집으면 분명 그런 표현을 얻을 수가 있다.
 바닷물에 풍덩 몸이라도 던지고플 볕 뜨거운 주말 홀가분한 기분에 뜬금없이 웬 공자님 말씀이냐고 하겠다. 성현의 말 한마디를 끌어와 언어의 유희처럼 안팎을 뒤집어 보는 건 다름 아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가 `내년 총선 때 지역구고수’를 천명했다는 소식에 생각이 닿아서이다. 손학규 민주당대표의 입장표명도 들린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19일 “내년 총선서 현 지역구에 그대로 출마할 것”이라며 `불이(不移)’의지를 명료하게 밝혔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자 이명박에게 근소한 표차로 지고난 뒤 `경선결과에 승복한다’던 그 군더더기 없는 어법이었다. 지난번 총선 때 선거구민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뢰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말이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내년 거취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다릴 것이며, 당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이동’ 가능성을 열어둔 거다. 그는 정치적으로 크게 옮긴 전력이 있다. 2007년 3월19일, 해석하기 애매한 말을 남기고 한나라당을 떠나 민주당으로 갔었다. 이념도 보수에서 진보로 상당히 이동했다는 평을 듣는다.
 정치판에서 옮기지 않아 결과적으로 `가장 지혜로운 자’가 된 이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그는 지난 90년 3당합당 때 정치적 명분이 약하다며 참여하지 않고 `꼬마민주당’에 남았다. 그때 지역구 지지자들은 `왜 YS를  따르지 않느냐’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는 고집스레 꿈쩍도 하지 않았(不移)다. 반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1990년 자신이 그토록 혐오한 민정당과 합당하여 대통령이 된 YS는 옮김으로써 `지자(智者)’가 된 경우고, 이인제는 옮겨 가장 어리석은 길을 걸은 셈이다. 각설-. 대선후보 패배에서부터 `세종시원안’ 고수 고비를 거쳐 내년 지역구유지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불이해온 박 전 대표가 지혜로운 건지 이동해온 손 대표가 그럴 건지 지켜볼 일이다.   정재모/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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