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에 풍덩 몸이라도 던지고플 볕 뜨거운 주말 홀가분한 기분에 뜬금없이 웬 공자님 말씀이냐고 하겠다. 성현의 말 한마디를 끌어와 언어의 유희처럼 안팎을 뒤집어 보는 건 다름 아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대표가 `내년 총선 때 지역구고수’를 천명했다는 소식에 생각이 닿아서이다. 손학규 민주당대표의 입장표명도 들린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19일 “내년 총선서 현 지역구에 그대로 출마할 것”이라며 `불이(不移)’의지를 명료하게 밝혔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자 이명박에게 근소한 표차로 지고난 뒤 `경선결과에 승복한다’던 그 군더더기 없는 어법이었다. 지난번 총선 때 선거구민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뢰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말이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내년 거취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다릴 것이며, 당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이동’ 가능성을 열어둔 거다. 그는 정치적으로 크게 옮긴 전력이 있다. 2007년 3월19일, 해석하기 애매한 말을 남기고 한나라당을 떠나 민주당으로 갔었다. 이념도 보수에서 진보로 상당히 이동했다는 평을 듣는다.
정치판에서 옮기지 않아 결과적으로 `가장 지혜로운 자’가 된 이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그는 지난 90년 3당합당 때 정치적 명분이 약하다며 참여하지 않고 `꼬마민주당’에 남았다. 그때 지역구 지지자들은 `왜 YS를 따르지 않느냐’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는 고집스레 꿈쩍도 하지 않았(不移)다. 반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며 1990년 자신이 그토록 혐오한 민정당과 합당하여 대통령이 된 YS는 옮김으로써 `지자(智者)’가 된 경우고, 이인제는 옮겨 가장 어리석은 길을 걸은 셈이다. 각설-. 대선후보 패배에서부터 `세종시원안’ 고수 고비를 거쳐 내년 지역구유지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불이해온 박 전 대표가 지혜로운 건지 이동해온 손 대표가 그럴 건지 지켜볼 일이다. 정재모/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