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나 독감 예방접종은 해마다 실시하는 일이건만 노쇠한 어르신들을 1시간 넘도록 뙤약볕아래 세워뒀다는 것은 한참 잘못된 일이라고 해도 변명할 말이 별로 없을 것만 같다. 백신물량을 내년부터는 75%까지 끌어올려야 겠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라지만 믿기 어렵다. 내년에도 틀림없이 예산타령을 하며 어물쩍 넘어갈 게 뻔해 보여서 하는 소리다.오늘이 접종 마지막 날이라지만 백신은 벌써 동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기 열전(史記 列傳)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병에는 여섯가지 불치가 있다. 교만해서 도리를 무시하는 것이 불치의 제1이다. 몸을 가벼이 여기고, 재물을 중히 여기는 것이 불치의 제2이다. 의식이 타당치 못한 것이 불치의 제3이다. 음양이 5장에서 합병하고 기운이 불안정한 것이 불치의 제4이다. 형용까지 쇠약하여 약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불치의 제5이다. 무당 박수의 말을 믿고 의사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 불치의 제6이 된다. 이 중에 하나라도 있으면 매우 치료하기 어렵다.”
독감 예방접종 대상자들을 살펴보면 이같은 잣대에 해당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누구보다도 건강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긴 줄에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라고들 말한다. 이번 독감 예방주사 접종 광경을 보면 말치레에 그치는 빈말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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