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또 한번 뒷방으로 밀려났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무소속 박원순 후보 캠프를 방문해 `응원 편지’를 전달함으로써 `민주당’은 서울시장선거에서 완전히 `들러리’ 신세로 전락하고 만 꼴이다. 민주당내에서는 “우리는 돈과 몸만 대고 그 공은 안철수가 가져간다”고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 교수가 방문한 박 후보 선거사무실 어느 구석에서도 민주당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박 후보 주변은 국가보안법 철폐를 부르짖고, 북한공작원 송두율을 돕던 변호사와, 불법시위현장에 단골로 등장하는 연예인과, `정치 교수’들이 에워싸고 있을 뿐이다. 박 후보에게 응원편지를 전달한 안 교수의 편지에는 `민주당’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줄도 없다.
　민주당은 물론 박 후보에 대한 안 교수의 지지 선언을 공식적으론 반겼다. 그러나 내부 기류는 다르다.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는 안 교수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손 대표는 “민주당원과 지지층이 움직이면서 승기를 잡았다”며 `민주당 주도론’을 강조했다. 결산을 해보면 제1야당인 민주당은 서울시장선거에서 `국외자’(局外者) 신세로 굴러떨어졌을 뿐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 조직을 총동원해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맞섰는데 막판에 나타난 안 교수는 `지지 선언’ 한 방으로 과실을 독차지하게 생겼다”며 “안 교수가 정치세력화를 꾀하면 민주당은 흔들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민주당 소속 우상호 대변인이 안 교수방문에 앞서 “안 교수가 `레터인가 뭔가’를 전달할 것”이라고 한 것도 민주당의 떨떠름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풀이다. 민주당이 딱한 처지로 몰리고 있는 모습이 한 눈에 잡힌다.
　딱하기는 박 후보도 마찬가지다. 온갖 의혹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안 교수에게 “내가 떨어지면 안 교수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협박조로 지원을 호소했다. 박 후보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안철수 아바타’를 자처한 꼴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남자가 쩨쩨하게 그런 치졸한 선거 캠페인 하지 말라. 나는 당당한 1 대 1 대결을 원한다”고 비아냥거렸다. 남경필 최고위원으로부터는 “박 후보가 앵벌이 노릇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을 박 후보가 자초했다. 박 후보의 `협찬인생’은 안철수의 응원편지로 정점을 찍었다.
　민주당은 박 후보가 지든 이기든 제도권 정당으로서 위상을 회복하기는 이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작년 경기도지사선거와 경남 김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자당 후보를 내보내는 데 실패함으로써 이미 `수권정당’의 자격을 상당부분 상실했다. 만약 박 후보가 서울시장선거에서 승리하면 재야 시민단체 중심의 정치세력화가 시작될 것이고, 그 중심에 안철수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시민단체당’에 해체돼 흡수되거나 호남의 군소정당으로 왜소화되는 건 불문가지다. 이 모두 민주당이 재야시민단체와 민노당 등 친북-종북 세력과 어깨동무하고 길거리로 뛰쳐나간 업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