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했다. `무상급식’ 문제를 잘못 다루는 바람에 서울시장 자리를 야권에 내주고 말았다. 내년 총선과 대선 가도에 암초를 만난 격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서울과 호남을 빼면 `8전 8승’을 거뒀다. 진정한 패자는 서울시장후보도 내지 못하고 호남에서 간신히 2석의 자치단체장을 건진 민주당이다. 그래도 웃음이 나오나?
　박원순 후보 당선은 정치권에 지각변동을 몰고올 태풍의 눈이다. 만신창이가 된 한나라당은 지도부 인책론에서부터 이명박 대통령 책임론으로 들끓을 것이다. 민심이반을 몰고온 이명박 정부 실정이 패인이기에 이 대통령의 당적정리는 불가피하다. 역대 대통령처럼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나라당을 차기주자 중심으로 개편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4년여만에 나선 선거지원에서 최선을 다했다. 비록 서울에서 지기는 했지만 열세라던 부산을 역전시켰고, 강원, 충청지역 자치단체장선거에서 전승을 거뒀다.
　특히 충북 충주와 충남 서산, 강원 인제 승리는 박 전 대표가 수도권을 제외한 전지역, 특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충청에서 타 대권주자를 능가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서울시장선거에서 승리한 양 희희낙락이다. 그러나 한꺼플 들춰보면 민주당은 `와해’와 `소멸’의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차기 대권주자인 손학규 대표는 서울시장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함으로써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불임정당’의 대표가 대권을 노린다는 것부터가 모순이다. 손 대표의 대안으로 떠오르던 문재인 노무현 재단이사장도 치명상을 입었다. 그는 10·26 보선에서 부산동구청장선거에 올인했지만 박근혜 바람에 맥없이 무너졌다. 동구청장 선거 결과에 따라 내년 대선에 출마하려던 그와 친노의 구상은 타격을 입었다. 내년 총선을 노린다지만 박근혜 장벽을 넘는 것은 불가능해보인다. 결국 10·26 재보선은 민주당과 친노에 결정타를 입혔다.
　특히 민주당은 박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에 입당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박 당선자는 입당할 의사가 전혀 없다. 오히려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손잡고 `제3세력’ 결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박원순의 타깃은 한나라당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박 당선자는 “범야권이 하나로 힘을 모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고 2013년 체제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깃발 아래 모이라는 얘기다. 서울시장선거 승리로 민주당이 얻을 것은 `정무부시장’ 자리 하나라는 비아냥이 당내에 확산되고 있다.
　야권내 주도권은 시민사회 세력에 확실히 넘어갔다. 서울시장선거에서 민주당과 손잡았지만 시민세력은 민주당에 우호적이지 않다. 안철수 교수는 “나는 민주당 편도, 한나라당 편도 아니다”라며 제도권 정치의 구애를 외면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은 시민세력에 밀려 후보를 제대로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모두 민노당과 시민단체 등 친북 좌파들과 어깨동무하고 시위집회 현장에서 딩굴며 정체성을 포기한 민주당의 업보다. 이래도 민주당이 웃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