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누구나 알듯 상상의 동물이다. 동서양 어디를 가릴 것없이 비늘로 덮인 용의 모습이 전해온다. 옛 중국의 한비자가 `역린(逆鱗)’을 언급했다. “ 무릇 용이란 동물은 유순하여 길들이면 탈 수 있다. 그러나 턱 밑에 한 자 정도 되는 거꾸로 난 비늘이 있는데, 설사 용을 길들인 사람이라도 그 비늘을 건드린다면 반드시 그를 죽인다. 군주에게도 역린이 있다. 설득하려는 자는 군주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어야만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포항시 축제위원회가 만든 `제14회 호미곶 한민족 해맞이축전’의 주제를 용호상생(龍虎相生)으로 잡았다. 호랑이와 용을 그린 홍보 포스터도 만들었다. 새해가 임진년이어서 한·일 우호증진을 기원하는 뜻을 담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그림이 이상하다. 마치 용의 공격을 받은 호랑이가 꼬리를 내린 채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모습이 연상된다. 용과 호랑이 사이에는 독도가 있고, 포스터의 바탕색은 일장기 색깔이다.
말썽이 안 생긴다면 되레 이상하다 싶을 포스터다.
포항시는 이 포스터가 실린 홍보지 `열린 포항’ 12월호를 9만부나 찍어 이미 돌렸다고 한다. 포스터는 시안이고 논란거리 내용은 확 뜯어고쳐 최종안을 확정짓겠다는 게 관계자의 변명이란다. 이런 포스터를 앞에 두고 새해 아침 1만명이 호미곶 광장에서 떡국을 먹게 할 생각이었다니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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