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레자식’은 `배운 것 없이 제멋대로 자라 버릇이 없는 놈’이 사전의 풀이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로는 `호로자식’이다. 어원으로 봤을 때 경상 전라의 이 방언이 오히려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다. 호로는 한자어 `胡虜’ 또는 `胡奴’이다. 곧 원(元)의 고려지배 때 오랑캐라 불렀던 몽고족의 노예로 붙들려 간 자의 자식이란 뜻이다. 그 부모의 자식이 교육을 옳게 받지 못했을 것은 빤한 일일 터. 그 호로자식이 대학진학률 8할이 넘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잊을만하면 나타나고 있으니, 기찬 노릇이다.
지난주 고3 우등생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반년 넘게 집에 방치했던 패륜이 밝혀졌다. 그는 성적이 낮으면 어머니가 밥을 안주고, 때리고, 잠을 못 자게도 했다고 했다. 믿을 수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그토록 무참히 어머니를 살해할 수 있을까. 작년봄엔 서울 성수동에서 한 고교생이 무단결석을 나무라는 51세의 엄마를 둔기로 때려 절명시켰다. 비슷한 무렵 한 사십대는 술에 결어 사는 걸 못마땅해 하는 노모를 뼈가 부러지도록 때려 숨지게 했고, 한 22살 아들은 PC방에서 게임에만 빠져 살다가 어머니 머리를 망치로 내리쳐 절명시켰다.
`모친살해(matricide)’란 합성어는 `역설(paradox)’과 조합할 때 낯익은 용어가 된다. 모친살해의 역설은 시간여행의 개념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설명에서 비롯된 용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고 할 때, 어머니의 어린시절을 만나 그를 죽일 수 있게 되는데, 그러면 자신은 어떻게 태어나서 타임머신을 타는 데까지 오게 되었는가 하는 모순이 바로 모친살해 역설이다. 결과가 원인을 앞지르는 인과율 파괴를 말하는 건데, 아인슈타인의 설명은 질량을 갖는 어떤 물질도 빛보다 빠를 수 없어 시간여행이란 게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의 말은 `사람으로 태어난 자가 결코 어머니를 죽일 수는 없다’는 인문학적 메시지로 귓전에 맴도는 오늘이다.
정재모/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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