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한다. 남의 마음을 읽어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옛날 궁예는 독심술을 왕권유지의 수단으로 써먹었다고 한다. 사람의 가슴에 창문이라도 있는 듯 마음 속을 읽어낼 수 있었다니 희귀한 재능이기도 하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모모스신은 남의 한 일에서 결점을 찾아내어 비난하고 조소하는 게 하는 일이었다. 모모스는 사람 가슴에 창문을 달지 못한 대장쟁이 헤파이도스신도 그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포항시의 하수관거공사가 걸핏하면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생활하수와 빗물을 분리 배출하는 공사다. 이 공사가 포항 도심에서 판을 벌이게 되자 욕감태기가 되고 있다. 공사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공사를 벌이는 자세가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때문이다. 시민의 안전과 불편은 완전히 뒷방늙은이 신세와 다를 게 없이 돼버린 탓이다.
포항 하수관거공사는 오는 2015년까지 연차사업으로 계속된다. 시내 오거리, 죽도·해도동을 비롯한 곳곳에서 공사판이 몇년 째 벌어지고 있건만 공사 자세는 달라지는 기미조차 없다. 연말 풍속의 하나로 자리가 굳은 길파기 공사까지 가세했고 보면 길마다 난리다. 그러니 비난과 불평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힘이 없는 시민의 말은 푸념 축에도 들지 못하는 모양이다. 모모스신이라도 데려다가 공사판 감독을 시켜야 될까보다. 포항시와 시공업체 관계자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 모모스신인들 별 수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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