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교수가 각종 현안에 관해 과외수업을 받는 것은 적극 추천할 일이다. 그는 서울시장선거 출마선언과 포기, 박원순 변호사 지지-당선을 통해 이미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에 주요 국정현안에 관한 기본 소양을 갖춰야 할 입장이다. 더구나 그는 내년 총선 불출마와 신당창당 포기를 선언했지만 내년 대선에 나올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공인 IT 하나만으로 대선출마를 선언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다.
대선에 출마하려는 안 교수는 그동안 컴퓨터 백신과 안철수연구소 주식기부 등 자기 소관을 제외한 현안에 입장을 밝힌 사실이 없다. 한미FTA로 나라가 소란해도 입을 다물었고, 김정일이 사망했어도 단 한마디가 없었다. 그가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위협한다지만 과연 그가 `대통령감’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적지 않다. 본인도 IT를 제외한 주요 현안에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과외’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대선에 도전하든 않든 관심과 지식의 폭을 넓히겠다는 데 손가락질 할 일은 없다.
문제는 대선은 초·중등학생들의 `쪽지시험’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린 학생들은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로 공부해도 점수를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는 안 교수처럼 `속성과외’로 가능한 게 아니다. 안 교수가 벼락치기로 과외를 받고 있는 경제, 사회복지, 국제관게, 남북문제 등은 전문가가 평생을 바쳐도 일가견을 이루기 어려운 벅찬 과제다. 그런데 안 교수는 `1년’의 시한 속에 이 벅찬 과제를 `쪽지시험’보듯 접근하고 있다.
안 교수의 `대권수업’이 그의 현란한 지식욕의 일단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서울의대를 졸업한 전문의로 컴퓨터바이러스를 개발했고, 그러다 갑자기 미국 MBA 과정을 밟았다.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취임한지 3개월 만에 서울시장에 도전하고 나섰다. `공부’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안 교수 멘토였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와 관련해 {어떤 정당에 소속도 되지 않고 정치를 선언하지도 않고 혼자서 대권 수업을 받아서 대권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굉장한 착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머리가 좋아 공부를 잘해서 대통령이 될수 있다면 `선거’를 치를 이유가 없다. 대학수능시험보듯 `대권시험’으로 대통령을 뽑으면 된다. 그렇게 했다면 대부분의 역대 대통령은 시험에서 탈락했을 것이다. 안 교수의 발상처럼 `대권과외’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면 그에게 과외를 해주는 각분야 전문가들을 `분야별 대통령’으로 뽑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살다 살다 별 얘기를 다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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