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기자회견에서 가슴을 쳤다. “내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나올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고 가슴을 치고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믿었던 측근과 인척들 비리에 가슴을 치고 밤잠 설치는 이 대통령 심정에 십분 공감이 간다. 그러나 이 대통령 측근비리에는 국민들도 가슴을 치고 싶은 심정이다.
이 대통령은 “살기 힘든 사람도 열심히 사는데 살 만한 사람들이 주위에서 비리를 저지르다니 제 심정도 그런데 국민 마음은 어떻겠느냐”면서 “국민께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 이 대통령 주변에서 비리를 저지른 측근들은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다. 장·차관급의 참모에서부터, 번듯한 기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비리에 몸을 던진 김윤옥 여사의 형제들이 그들이다.
이 대통령 측근 비리는 대통령 취임초부터 터져나온 것이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취임 4주년에 가슴을 칠 일도 아니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추부길 홍보비서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정권의 `돈줄’인 박연차 태광산업 회장으로부터 더러운 돈을 받아 사법처리됐다. 김윤옥 여사 이종사촌언니가 한나라당 공천 대가로 수십억원을 받아 구속된 것도 이 대통령 임기 초다.
이 대통령이 임기 초에 터진 측근과 친인척 비리를 `권력형 비리’의 예고편으로 받아들여 민정-사정기능을 강화했다면 뒤늦게 가슴을 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이 대통령이 가장 신임했던 김두우 홍보수석의 저축은행 비리 연루, 신재민 전 문화부차관의 SLS 이국철 회장돈 수수 등도 청와대 민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작년에 터진 김윤옥 여사 형제의 저축은행비리는 청와대가 친인척 비리에 눈을 감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추문이었다. 청와대 민정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대통령 친인척 관리다. 1년 365일 감시의 눈을 떼서는 안되는 대상이 대통령 친인척들이다. 그들이 비리백화점인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아온 것조차 몰랐다면 민정기능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대통령의 주변 비리가 여당인 새누리당의 위기에 영향을 미친 측면이 없지 않다. 청와대는 대통령 주변 비리가 더 터져나올 경우 이 대통령은 물론 새누리당까지 결정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1년이 남았다. 지금부터라도 주변과 친인척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 이 대통령이 더는 가슴을 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특히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은 이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 전재산을 사회에 헌납한 이 대통령이 측근과 친인척 비리로 코너에 몰린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은 임기 1년, 모든 것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기 바란다. 내년 5년 임기를 마치고 사저로 돌아갈 때 측근과 친인척 비리를 가차없이 처리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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