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재판부와 법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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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재판부와 법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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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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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비리 중형선고하고 80대 노모 구속한 서울서부지법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극대화한 조롱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법부가 재벌들에게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횡령 착복한 금액이 수천억원, 조단위를 넘어도 호화변호인단이 달려들면 슬그머니 집행유예다. 구속됐다해도 얼마 안가 `병보석’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대로를 활보한다.
 사법부가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는 비난을 의식한듯 1심에서는 유죄를 선고하고, 2심에서 슬그머니 풀어주는 이상한 방정식까지 등장했다. 서울고법 형사 9부(재판장 최상열)가 회삿돈 300억원을 횡령한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것이 가장 최근의 예다.
 담 회장은 빼돌린 300억원 가운데 140억원으로 한 점에 55억원대에 달하는 미국 화가의 그림을 비롯한 그림 10점을 구입해 자기 집 거실과 식당·정원에 걸어두고 즐겼다. 또 한 대에 3억원이 넘는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등 최고급 외제 승용차를 리스해 자녀 통학용으로 쓰기도 했다. 어린아이들이 즐겨 먹는 초코파이 판돈으로 흥청망청한 것이다.
 최상열 판사의 재판부는 “회사 자금을 사주 재산과 구분하지 않고 함부로 사용하는 행태에는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면서도 “그림값 등에 대한 피해 변제가 전액 이뤄지고 윤리경영을 다짐하는 점에 비춰 원심의 형(징역 3년)은 다소 무겁다”고 감형 사유를 밝혔다. 돈을 빼냈다가 문제가 되면 변제하고 “윤리경영하겠다”고 약속하면 풀어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전무죄’다.
 유사한 판결은 널려 있다. 2007년 9월 1000억원대 비자금을 만들고 회삿돈 900억원을 빼돌려 계열사에 2100억여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구속된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 2006년 횡령 혐의로 기소된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형제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사건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법원이 다 같은 통속이다.
 `재벌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법원과 법관의 모습을 일신한 판결이 엊그제 나왔다. 서울서부지법이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한 것이다. 동시에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모친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에겐 징역 4년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선애 상무는 나이 80이 넘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두 사람에게 유죄로 인정한 횡령금액에 따른 양형기준은 징역 4년부터 7년인데 하한선을 택해도 집행유예는 불가능하다”며 “건강이나 고령 등은 형집행 단계에서 고려할 사안일 뿐 형사책임을 정하는 양형에는 고려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 추상같다.
 그러나 같은 서부지법의 형사12부(재판장 한병의)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일방적으로 연기해버렸다. 김 회장은 4800억원대 배임과 횡령 등 혐의로 작년 1월 기소됐고, 지난 2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이 구형된 상태다. 결심까지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재판장이 선고기일을 잡고도 법원인사에 따라 이동한다는 이유로 선고를 연기해버렸다. 무책임의 극치다.
 더구나 한화 김 회장은 이미 비자금에 외화유출 등으로 두 차례 사법처리된 전력이 있다. 심지어 아들이 술집에서 폭행당했다고 조폭을 동원해 술집종업원들을 야산으로 끌고가 쇠파이프로 폭행해 구속, 처벌받기도 했다. 이런 김 회장에 대한 재판을 회피한 재판장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 태광그룹 비리에 철퇴를 가한 바로 옆방 형사11부의 재판장과 판사들의 얼굴을 보기에 부끄럽지 않을까?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법원의 지나친 관용이 대기업 사주들의 도덕적 법적 해이를 반복적으로 초래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의 부패인식지수가 낮아지는 결정적 이유는 비리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를 풀어주고 사면 복권해 주기 때문”이라며 “판사들 머리 속에는 대기업 총수에게 중형을 선고하면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렇다. 이제는 재벌총수를 처벌하면 경제가 멍든다는 터무니없는 걱정을 버려야 한다. `유전유죄’ `무전무죄’라는 사법정의가 시퍼렇게 살아야한다. 그건 재벌 앞에 서면 작아지는 법관들을 솎아내야 가능하다. (newsfin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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