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면제제도가 빚은 박원순 아들 `디스크 박’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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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면제제도가 빚은 박원순 아들 `디스크 박’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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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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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 씨의 4급 디스크 공익판정 의혹은 허무 개그로 끝났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경기고-서울법대에 사법시험, 하바드대 수료 등 최고 엘리트인 강용석 의원(무소속)이 박 시장 아들 주신씨의 MRI 재촬영 한방으로 나가 떨어진 것도 그렇고, 아들의 비만을 공개하지 않고 미적거리며 의혹을 키운 박 시장도 그렇다.
 어찌보면 강 의원이나 박 시장, 주신씨 모두 병역의무의 신성함을 모독하는 `병역특례(면제)제도’의 희생자일지 모른다.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정신을 짓밟고 `공익’이라는 `예외’를 둠으로써 박 시장 아들 병역이 면제되고, 그 `예외’라는 의혹의 불랙홀에 강 의원과 언론, 국민들이 빠져 들어가 소동을 겪은 것이다.
 우리나라 병역에 구멍이 너무 많다. 스포츠 잘 한다고, 해외 콩클에서 입상했다고, IT 기술이 뛰어나다고 병역을 면제해주는 변칙이 일상화됐다. 1980년대에는 석사장교라는 제도까지 나왔다. 석사학위자 중 우수한 자를 선발해 6개월간 군사훈련을 거친 후 소위 임관과 동시에 전역시켜주는 제도다. `신의 아들’이 울고갈 특혜다. “서울 불바다”를 외치는 북한정권을 눈앞에 두고 신성한 병역을 이렇게 농단해온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진보’로 치장한 곽노현 서울교육감 아들이 손가락 인대 파열로 4급 판정을 받아 `공익’으로 빠진 것도 `디스크 박’과 거의 같은 케이스다. 그것도 모자라 자기 어머니가 소아청소년과 과장으로 있던 일산 한 병원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는, 확률 `0%’의 기적을 만들어 낸 것도 병역면제특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아시안 게임 야구종목은 `동네야구’ 수준이다. 참가국이라야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정도고, 야구 강국 일본이 프로선수 대신 사회인야구 선수로 팀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 동네야구에서 금메달 땄다고, 병역의무가 면제됐다고 입이 찢어진 야구선수들. 그렇게 병역을 면제받고 미국으로 돌아가 음주운전에, 경찰관 매수 시도로 나라 망신시킨 추신수 선수.
 영구중립국인 스위스는 군대 없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나라다. 그런데 이 나라는 불구자도 병역의무를 마쳐야 한다. 병역대신 `방위세’를 내는 것이다. 스위스 국민은 그 누구도 이 제도가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쟁위험이 없는 싱가포르도 `병역특혜’란 말 자체가 없다. 18세가 되면 무조건 가야한다. 싱가포르라면 박 시장 아들은 네 차례 징집연기를 꿈도 꿀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도 `빡쎄게’ 군생활을 해야했다. 싱가포르는 군복무를 마치지 않으면 공무원으로 채용하지 않는다.
 심신허약자들에게 병역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비인도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징병제 국가다. “병역에 예외란 없다”가 전제돼야 한다. 몇 대 독자라고, 평발이라고, 디스크라고, 과체중이라고, 병역을 면제하는 병폐는 없어야 한다.
 집안의 대를 이어야한다는 몇 대 독자, 평발, 디스크 환자도 군에서 할 일이 있다. 그들이 가진 신체적 핸디캡이 `애국심’에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박 시장 아들 주신씨처럼 점프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고 계단을 내려갈 정도면 군대에서도 역할이 있을 것이다. `병역특례’란 망국적인 단어를 이 나라에서 영원히 없애야 한다.
 국방의무가 희화화된 데는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이 대통령이 병역을 미필한 처지에 주변을 병역미필자들로 채웠다. 국무총리, 국정원장, 감사원장, 집권당 대표가 병역미필자들이었다. 남들이 “빡쎄게” 전방에서 고생할 때 골방에서 고시공부로 출세한 기회주의자들이다. 천안함 폭침 대책회의 참석자 가운데 병역을 마친 사람은 국방장관이 유일했다는 기막힌 사실은 전쟁에서 한번도 패하지 않은 이스라엘 내각이 특공대 출신들로 채워졌다는 사실과 대비된다.
 연예인이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생잇빨을 뽑고, 정신병을 가장하고, 두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동생을 사망했다고 신고하고, 운동선수가 고의로 어깨를 탈골시키는 일들이 왜 벌어지는가? 우리사회에 더는 `신의 아들’이 나와서는 안 되겠다. 박원순 시장 아들 `디스크 박’도, 곽노현 아들도 나와서는 안된다. 북한군 의무복무기간은 전투병 10년, 기술병 13년이다. 병력규모는 117만명이다. 이래도 병역특례제도를 그대로 두겠는가?
 
오윤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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