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리고 진실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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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리고 진실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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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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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비’로 돌아온
주진모
 
 
 
 
일리치 역 남다른 맘으로 임해
고종 욕심 없앨만큼 정 가는 역할
감독과 상의해 생동감 있게 바꿔


실제모습 강해보여도 감정에 약해
겹치기 출연보다  한 작품에 올 인
진실하게 연기해야 대중들과 통해

 
 
 `사랑’(2007) `쌍화점’(2008) `무적자’(2010). 배우 주진모<사진>의 최근 필모그래피는 비장하고 무거운 역할이 주를 이뤘다. 깎아놓은듯 입체적인 얼굴과 진중한 이미지, 선 굵은 연기는 이런 캐릭터를 그린 많은 감독의 러브콜을 받았다.
 사실 이번 영화 `가비’에서 그가 맡은 역할 `일리치’도 그런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월이 갈수록 더 깊어지는 그의 멜로 연기는 뭇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법하다. 2년 만에 `가비’로 돌아온 그를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이번 작품을 캐릭터를 보고 선택하기보다는 남다른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저는 원래 단순한 놈이고 애국지사는 아니지만, 고종이란 인물을 재해석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고종에 대한 영화가 나온 적이 없잖아요. 늘 명성왕후 얘기만 했지, 고종은 나라를 잃은 마지막 왕인데도 제대로 조명된 적이없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는 나쁜 이미지가 각인된 게 많고…. 그런데 이 시나리오를 보면서 고종이란 사람이 그냥 가만 있진 않았구나 하는 걸 느꼈고 그걸 사람들에게 더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로서 내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그런 부분이 더 컸습니다.”
 그렇다면 고종(박희순 분) 역할이 더 탐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고개를 저었다.
 “`쌍화점’에서 왕을 했잖아요. 공민왕으로 진을 다 빼고 또 왕에 대한 연기를 할 생각을 하니까 욕심은 나지만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았어요. 새롭게 표현할수 있는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 싶었죠.”
 이 작품에 깊이 몰입한 그는 시나리오상에서 더 정(靜)적인 인물이었던 `일리치’를 감독과 머리를 맞대고 한층 더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일리치는 원래 러시아에서 조선으로 온 뒤 ’따냐`(김소연 분)를 계속 바라보고뒤에서 조종하기만 하는 관찰자 입장이었어요. 그런데 관객은 좀 더 역동적인 드라마를 기대할 거라고 생각했죠. 고종과 일리치 두 남자가 계속 부딪히고 대결하는 구도로 가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일리치가 원래 착하기만 한 인물이었는데, 왕에게 대들기도 하고 무자비하게 사람도 죽이는 드라마틱한 캐릭터가 됐어요.”
 이번에도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려고 무엇이든 해내는 순애보를 묵직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했다.
 “저는 아직은 로맨스를 꿈꾸고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배우예요. 가슴에 사랑을 품고 감정을 표현할 때 제 마음이 움직여요. 만약 따냐와의 사랑이 없이 그냥 이 인물을 풀어내려고 했다면 이 정도로 마음의 동요가 없었을 것 같아요.”
 그는 겉으로 보이는 단단한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 사랑이란 감정에 약하고 여린 면도 많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에도 상처를 많이 받는 편이라고 했다.
 “제가 얼굴은 상업적인 배우로 보일지 모르지만(웃음), 진지하게 연기하는 배우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커요. 데뷔 초 한 영화계 선배로부터 연기에 대한 혹독한 평가를 들었을 때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자극을 많이 받았죠. 당시 소속사의 매니지먼트 방향은 하이틴·이미지 중심으로 가는 거였는데, 제가 그걸 거부했어요. 이제 배우로서의 이미지로만 갈 거라고 선언했죠. 제가 보기보다 여린 편이에요(웃음).”
 이후로 그는 작품 하나하나에 좀 더 신중하게 임했고 그러다 보니 1~2년에 한 편씩 출연하는 과작(寡作) 배우가 됐다.
 “까다롭게 고르는 건 아닌데, 겹치기 출연은 못하겠더라고요. 딱 한 번 해봤는데, 스스로 혼란스럽더라고요. 양쪽에 다 공감이 잘 안 되고 진정성이 안 느껴졌어요. 또 들어온 시나리오 중에는 상업적으로 성공이 보이는 작품들도 많았지만 꼭 하고 싶은 건 많지 않았어요.”
 “시청률이나 흥행에서 소위 `한 방이 없다’는 말도 듣지만, 그렇다고 조바심이 나진 않아요. 계속 집중하다 보면 좋은 역할도 나타나고 대중적인 성공도 당연히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연기 변신에 딱히 집착하지도, 닫혀 있지도 않은 듯했다.
 “어떤 부분에서 대중들의 인식에 고착화된 이미지가 있다면 변하고 싶어요. 그래서 좀 풀어지는 역할이나 현실적인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죽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비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질 수밖에 없잖아요. 죽더라도 현실감 있게 죽는 걸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저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배우예요. 보여줄 게 아직 너무나 많은데, 그만큼 기회가 안 왔다고 생각해요. 계속 변화하면서도 자리를 지키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10년 후에도 주진모의 영화가 나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외면하지 않고 찾아오게 하는 배우가 되는 게 꿈입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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