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더 달라고라? 쬐매 지둘루시셔, 잉.” 사투리가 꾸밈없이 쏟아져 나오던 지난해 늦가을 전남 담양여행 길은 즐거웠다. 길을 물으면 친절하게 가르쳐주고는 깍뜻하게 허리굽혀 절하던 여인들의 모습도 기억에 남아있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도 인상 깊었다. 곧게 뻗어올라 길 양쪽 하늘을 가린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행렬은 녹음 짙을 때 못보는 것이 아쉽기까지 했다.
울진 중심지에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뻗어 있다. 길 양쪽 4㎞에 걸쳐 300그루 넘는 메타세쿼이아가 터널처럼 우거져 있다. 27년 동안 가꿔온 가로수 길이다. 전남 담양을 생각하면 울진에서도 좋은 볼거리 가운데 하나일 듯도 싶다는 생각도 든다.
다같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인데 어찌 이리도 처지와 대접이 다를 수가 있을까 싶기까지 하다. 원인은 하나다. 터를 잘못 잡은 게 탈이다. 담양처럼 주변에 집 한 채도 없는 길에선 훌륭한 녹음 터널이 된다. 그러나 상가 밀집지역의 건물과 나무가 맞닿아버리면 민원이 발생되게 마련이다. 게다가 인도마저 비좁기라도 하다면 정취고, 볼거리고 뒷전으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울진만 그런 게 아니라고 한다. 청송군 진보면 시가지에서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모두 뽑혔다는 소식이다. 울진과 같은 사정일 게 뻔해 보인다. 조경용으로 훌륭한 나무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자리를 잘 골라 심어야 한다는 교훈이 뒷받침되는 현장의 모습이다. `첫단추 달기’ `터잡기’가 그래서 중요하다는 소리다. 김용언/언론인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